[중국 사회과학원 전문가에게 듣다](1) 중국 무역과 투자,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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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7-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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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영향 없지 않지만 상품무역 여전히 활발, 한중 FTA도 변함없어"

  • "中 기업 투자 변화, 당국 규제 강화 따른 것...韓 엔터 집중돼 타격"

둥옌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국제무역실 주임.[사진=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중국과 한국의 상품무역,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다. 과거와 비교해 주춤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는 민심의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일 뿐, 중국 정부는 이성적으로 협력을 전개할 것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롯데마트, 이마트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고전하며 잇따라 백기를 들고 있다. 하지만 민심 악화와 당국 규제 강화 등의 영향을 받았을 뿐 양국간 상품무역은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중국의 싱크탱크 전문가의 분석이다. 중국의 대(對) 한국 투자 흐름의 변화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최로 이달 초 만난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둥옌(東艶) 국제무역실 주임은 최근 한·중 무역에 대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관광,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무역이 타격을 당했다는 보도를 접했지만 상품무역 거래는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여러 방면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과학원이 사례 연구·분석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둥 주임은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을 중시해왔다”면서 “지난해 수출입 모두 감소한 것은 글로벌 경기 악화의 영향이며 올 1~7월 중국의 대(對) 한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2.3%, 수입은 8.9%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이 기간 중국과 다른 국가와의 무역에서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높았던 것과 비교해 한중무역이 다른 양상을 보인 데 대해서는 “국가별 물가 상승률, 환율 변동폭, 경제 펀더멘털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올 1~7월 중국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수입 증가율이 32.9%에 육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드의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거 중국과 일본 양국이 역사문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갈등을 빚고 민심이 악화되면서 중국의 3대 무역파트너였던 일본이 아세안 뒤로 밀린 바 있다”고 말했다. 둥 주임은 이는 ‘민심’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국과 한국 제품에 대한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민심이 악화되면 이는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고 관련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적교류가 계속되고 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양국 통상무역 협력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라고 점도 언급했다. 

둥 주임은 양국간 정치·군사적 마찰음이 커졌지만 중국이 한국과의 통상협력 정책, 특히 한·중 FTA 관련 정책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최근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보호주의 카드를 꺼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폐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완전히 대조된다는 것이다. 한·중 FTA는 다른 나라와의 FTA와 비교해 범위가 크고 개방도가 높은 모범사례로 랴오닝·지린 등 지역정부가 특히 한국과의 무역을 중시하고 FTA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왕비쥔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국제투자실 연구원. [사진=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국제투자실 연구원인 왕비쥔(王碧珺) 박사는 중국 기업이 투자한 제주도 내 다수 관광개발사업이 중단된 것이 사드로 인한 무역장벽 탓이 아니냐는 질문에 “사드가 배치되고 지나친 애국심을 가진 일부 중국인이 분노해 과격한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나 중국 정부는 이성적으로 양국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또, “최근 투자 장벽이 높아진 것은 자본유출 가능성을 경계한 당국이 관리·감독 역량을 강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직접투자(ODI)의 후발주자이자 초보자로 관련 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도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왕 박사는 “2000년 이전에는 중국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다”며 “2000년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전략이 추진되면서 각종 심의제가 승인제로 바뀌는 등 규제 폐지, 절차 간소화로 ODI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중요한 투자 대상국으로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제시하면서 선진국으로 쏠렸던 중국의 시선이 일대일로 연선국가와 개발도상국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 지난 2015년 중국의 대(對)한국 투자가 전년 대비 1.5배 급증하며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돈이 몰렸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가 집중된 것이 문제였다고 왕 박사는 지적했다.

중국 기업의 ODI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핵심 산업이 아닌 축구클럽,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부동산 등에 돈이 몰리는 등 비이성적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당국이 규제 문턱을 높여 자본유출과 리스크 증가를 막고 나섰다는 것이다.

왕 박사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 올 상반기 중국의 ODI가 전년 동기대비 50% 급감했고 엔터테인먼트 분야 투자 비중이 높은 한국도 이 과정에서 타격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인프라, 제조업 등 분야에서 양국이 투자협력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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