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는 표현과 소통을 알게 해 준 작품이에요. 작가님께서 표현이나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섬세하게 써 주셨어요. 제 안에 잠들어 있던 표현과 소통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의미 있는 작품이죠.”
배우 양세종이 최근 종영한 SBS '사랑의 온도‘로 시청자들과 확실히 소통했다.
2016년 ‘낭만닥터 김사부’로 데뷔 이후 ‘사임당 빛의 일기’ ‘듀얼’, 그리고 ‘사랑의 온도’까지 주파한 배우 양세종.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떠오른 그를 아주경제 본사에서 직접 만났다.
양세종은 지난달 21일 종영한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연출 남건)에서 남자 주인공 온정선 역으로 열연했다. 온정선은 여자 주인공 이현수(서현진)를 인생을 걸만한 사랑이라 믿었고, 진심을 다해 마음을 표현하며 마침내 사랑을 쟁취했다.
이 가운데 양세종은 부드러운 음색과 절실한 눈빛으로 사랑에 빠진 연하남을 연기했다.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가 방영된 첫 주,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주변의 아줌마, 노처녀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봤냐”며, 연하남 양세종의 매력에 푹 빠진 언니들의 마음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서현진에게 직진키스를 난리는 기차 안에서의 키스 장면은 결혼을 했든 안했든 나이가 많든 적든 여성들의 마음에 ‘양세종’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 같은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정작 양세종 본인은 “전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인기라니, 전혀 느껴본 적 없어요. 제가 뭐라고. 사실 드라마에 들어가면 기사나 댓글을 전혀 보지 않습니다. 철저히 외부와 차단하고 작품에만 집중해요. 때문에 드라마 반응도 촬영 중에는 전혀 몰랐어요. 최근에 길을 건너가려고 건널목에 서 있는데 어떤 분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시긴 했었어요.”
그러나 그 여성분과 사진을 찍어줄 수는 없었다. 평소 양세종은 전혀 꾸미지 않고 트레이닝복 차림에 헤어 드라이기 사용은 고사하고 샤워한 직후 물기만 대충 털어낸 머리로 거리를 활보한다. 수염이 자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양세종은 “저는 평소 제 모습이기 때문에 찍어드리려 했는데 소속사에서 절대 찍어주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여자분께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고 사과드립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2017년 ‘가장 핫한 신예 배우’로 떠올랐음에도 조금의 자만심도 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양세종. 그는 앞으로도 꾸미지 않은 평소 자신의 스타일대로 길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그냥 제 모습 그대로가 편해요.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더라도 수염 난채로 트레이닝복 입은 채 돌아다니는 제 모습을 보시게 될 거에요”라고 전했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갖고 있는 듯 한 그는 작품 촬영에 들어가면 본가를 두고 혼자 머물 수 있는 원룸을 얻어 촬영장과 원룸만을 오가는 생활을 한다고 밝혔다. 스스로 ‘골방’이라고 칭한 그 방에 틀어박혀 작품이 끝날 때까지 외부와 자신을 철저히 차단한다.
“본가가 있지만 작품에 들어가면 무조건 원룸을 얻어요. 연습하기 좋은 공간을 얻어서 항상 세팅을 해놔요. 본집에 가면 제가 편안해져서 연습을 안 하더라고요. 작품할 때는 휴대폰도 알람용이고,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단절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주변에서도 그걸 아셔서 어느날부터인가 가족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 모두 제게 연락을 안하시더라고요. 제가 선택한 결과지만 조금 서운하기도 하고 심경이 복잡했어요. 하하.”
그렇게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작품에만 몰두하는 그의 성격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그는 “중학교 때 만화책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3년 정도요. 꼬맹이가 자꾸 오니까 대여점 사장님이 부모님한테 허락받고 여기 와서 일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 당시 만화책, 영화, 소설을 섭렵했어요. 보고싶은 책, 영화를 잔뜩 보면서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그 당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요”라며 천천히 속내를 풀어놨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제가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를 당해 죽을 수도 있고 자는 동안 안락사를 할수도 있고, 살아있는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되어있으니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어도 이상할 게 없죠.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이 역할을, 지금 해야 할 이 일에 최선을 다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어린 중학생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그의 인생 전반을 지배했고 향후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어린 시절 다량의 독서와 영화가 양세종에게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그런 그는 확실히 다른 배우와도 일반적인 사람과도 달랐다.
“독특하다는 말 많이 들어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제게 돌아이라고 해요.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웃음). 심지어 저희 과 교수님은 이상하게 듣지는 말라며 정신과 상담을 한번 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도 하셨어요.”
그러나 양세종만의 독특함은 싫지 않다. 오히려 진지하게 스스로를 경계하며 경솔하지 않은 모습에서 지난 작품보다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되는 배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직 양세종은 ‘사랑의 온도’ 이후 차기작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다.
그는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은 상태지만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무조건 열어두고있어요.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르는,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인만큼 ‘선택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90세까지 산다고 쳐도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그날까지 절대 작품에 제한을 두지는 않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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