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진도에서 접은 抗蒙의 꿈
삼별초의 위세가 강해지자 조정은 1270년 9월, 김방경(金方慶)을 추도사로 앞세워 토벌작전에 나섰다. 김방경과 몽골장수 아카이가 군사 천명을 이끌고 진도 공격에 나섰으나 많은 손실만 입은 채 실패했다. 삼별초군이 첫 번째 대결에서 고려․몽골 연합군을 당당하게 물리친 것이다.

[사진 = 몽골군의 수전]
사로잡힌 승화후 온은 홍다구에게 붙잡혀 참형에 처해졌다. 온의 사촌동생인 영녕군(靈寧君) 준(王綧)이 형을 살려줄 것을 애원했지만 홍다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온과 그의 아들 환을 죽이고 말았다. 난을 주도했던 배중손 역시 도주를 하던 중 남도석성(南桃石城)에서 부하들과 함께 최후를 마쳤다. 반면 금갑(金甲)방면으로 도주한 김통정 일행은 배를 타고 제주로 건너갔다.

[사진 = 진도 용장산성]

[사진 = 진도대교]
이곳에서 달아난 승화후 온은 진도읍과 의신면(義新面)의 경계지점에 있는 왕무덤재 근처에서 붙잡혀 처형됐다. 그의 시신은 진도사람들이 수습해 묻어줬다고 한다. 무덤은 고개 근처에 있고 고개의 이름도 그 때 이후 왕무덤재가 됐다. 배중손이 숨진 남도석성은 남쪽 바닷가에 있다. 이 성은 조선조 대 왜적을 막기 위해 크게 중수했기 때문에 비교적 모습이 잘 보존돼 있었다.

[사진 = 삼별초 제주 이동]
▶ 제주가 받은 자연의 선물 ‘오름’
제주도에는 한라산 주변을 끼고 크고 작은 산이나 봉우리들이 여기저기에 분포돼 있다. 그 것들을 제주도의 아름다운 말로 ‘오름’이라고 부른다. ‘오름’이란 화산 폭발 때 용암분출물이 퇴적해서 생긴 봉우리들을 일컫는 거의 제주에서만 사용되는 말이다. 학술적으로 말한다면 기생화산구(寄生火山丘)가 될 것이다. 한라산을 둘러싸고 있는 360여 개의 오름 들은 한라산과 멋진 조화를 이루어 멀리서보면 한라산을 보호하고 있는 수비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 = 붉은오름]

[사진 = 붉은오름 휴양림 안내판]
▶ 삼별초 항전의 종착점 '붉은오름'

[사진 = 붉은오름 자연 휴양림]
몽골과 제주의 만남은 삼별초의 저항이 그 출발점이 되지만 이후 몽골과 제주의 인연은 한반도의 어느 지역보다 끈질기게 이어져 지금까지도 많은 흔적과 사연을 남겨 놓고 있다.
▶ 천혜의 요소에 방어진지 구축
진도에서 삼별초의 주력군이 무너진 후 김통정이 이끄는 삼별초의 일부 세력들은 당시까지 탐라(耽羅)라 불리던 제주(濟州)로 들어갔다. 탐라는 20여 년 후인 충렬왕 때 이름이 제주로 바뀐다. 당시 이들은 무작정 제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아니었다. 진도에 본거지를 두고 있을 당시 삼별초군의 이문경(李文京)등이 이미 제주로 들어가 관군을 제압한 뒤 수륙교통의 요지인 조천포(朝天浦)에 진을 치고 있었다.
김통정은 이들 세력과 합류해 제주를 최후의 거점으로 삼을 생각으로 이 섬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김통정은 한라산 북쪽에 있는 귀일촌(貴日村)를 본거지로 정하고 내외성을 쌓아 여몽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현재 북제주군 애월면(涯月面) 고성리(古城里)와 상귀리(上貴里)에 걸쳐 있는 이 지점은 언덕과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적의 배가 접근하는 것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천혜의 방어 요새였다.
▶ 전쟁의 회오리 속에 휩싸인 제주주민

[사진 = 항파두성 터]
주민들은 각 호당 대비 한 자루와 나뭇재 한말씩을 받쳐야했고 부역에도 나서야 했다. 외성으로 15 리에 달하는 삼각모양의 토성을 쌓고 성 위에는 재를 뿌려 놓았다가 적이 나타나면 연막전술을 펴기 위해 빗자루를 매단 말을 달리게 했다고 하니 성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가 있다. 면적은 27만 평에 달하는 토성의 동서남북에는 4개의 대문이 세워졌다. 이 토성 안에서 기와파편과 고려청자의 조각 그리고 불상 등이 발견된 것을 보면 궁궐과 병영 그리고 사찰 등이 들어섰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들이 구축한 방어 진지도 수와 장비에서 압도적인 여몽연합군이 밀어닥치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 3년 만에 종결된 삼별초 항전

[사진 = 여몽 연합군과 삼별초 전투도]

[사진 = 항몽 순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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