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실적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자원개발사업을 계속 지원하다가 모회사인 석유공사의 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10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하베스트는 지난달 초 2억 달러 규모 신규 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은 하베스트가 약속한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석유공사가 대신 부담하기로 지급보증했다. 하베스트의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무디스 Caa1-, S&P CCC+)이라 보증 없이 돈을 빌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베스트는 지난 9월에도 2억8500만 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석유공사가 전액 지급보증한 이 채권은 지난 10월 1일 만기가 도래한 2억8250만 달러 규모 무보증 채권을 상환하는 데 썼다.
석유공사는 지난 7월 27일 제475차 이사회에서 '유동성 위기 방지와 계속기업 이슈 해소를 위해 무보증 채권의 차환은 필요하며, 하베스트사는 자체적인 채권발행이 불가능해 공사 보증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당시 석유공사는 하베스트가 차환 발행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해당 금액을 직접 빌려주는 방안까지 의결했다.
석유공사가 올해 추가로 지급보증한 금액은 총 4억8500만 달러로, 현재 환율로 약 5300억원이다. 2억 달러 채권을 신규 발행하면서 하베스트 총 차입금이 기존 18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늘었다.
현재 환율로 약 2조17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은 모두 석유공사가 지급을 보증했다. 문제는 하베스트는 차입금을 스스로 갚을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베스트는 올해 1~3분기 누적 9550만 캐나다달러(약 8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석유공사는 당장 내년 5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6억3000만 달러 차입금도 석유공사 보증으로 차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중장기 자금전망에 따르면 하베스트 순현금흐름은 2018년 -2억500만 캐나다달러, 2019년 -1억4400만 캐나다달러, 2020년 -6500만 캐나다달러 등 앞으로 3년간 현금이 빠져나가고 2021년에야 400만 캐나다달러가 들어온다.
이 때문에 이사회에서도 하베스트를 계속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의문이 나왔다. 제475차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한 이사는 '보증이라는 게 결과적으로 나중에 우리가 회수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업 자체로 볼 때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정래 당시 석유공사 사장(지난 10월 사표 제출)은 "현재 석유 가격이 앞으로도 한 5년간 지속한다면 어떻게 보면 희망이 없다"면서도 "청산, 매각을 포함한 정리보다는 끌고 가면서 기회를 보는 게 전체적인 석유공사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찬열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경제적 가치와 회생 가능성을 지금이라도 객관적으로 파악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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