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에 맞선 ‘8년의 기다림’…홍란은 눈물 대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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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03-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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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KL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홍란. 사진=KLPGA 제공]

프로 14년차 ‘왕언니’ 홍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날. 까마득한 후배들이 달려와 물을 뿌리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얼마나 시원했을까. 오랜 기다림 끝에 거둔 8년 만의 우승. 그는 눈물 대신 환한 웃음으로 후배들의 축하를 받았다.

프로 데뷔 4년 만인 2008년 두 차례 우승컵을 차지했던 홍란의 마지막 우승은 2010년 6월 에스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이다. 이후 정확히 7년 9개월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 사이 KLPGA 투어에는 끊임없이 어린 후배들이 등장했다. 홍란은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후배들의 성장을 바라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오랜 후원사인 삼천리도 홍란을 믿고 기다렸다. 든든한 후원은 홍란이 투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었다.

마침내 홍란은 기다림과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홍란은 19일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의 엠파이어호텔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LPGA 투어 브루나이 레이디스오픈에서 1~3라운드 합계 18언더파 195타의 뛰어난 성적으로 우승했다. 그것도 3라운드 내내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감격적인 우승을 이룬 홍란은 “제일 감사하는 것은 지금까지 투어를 뛸 수 있게 항상 도와주신 스폰서 삼천리의 이만득 회장님”이라며 “우승이 없고 성적이 좋지 않아도 항상 응원해주시고 손잡아주셔서 이 자리에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먼저 전했다.
 

[후배들에게 우승 축하 세리머니를 받고 있는 홍란. 사진=KLPGA 제공]

우승 직후에도 기쁨의 눈물 대신 밝은 웃음으로 감격을 만끽했다. 홍란은 “오랜만의 우승이라 울 줄 알았는데 웃음이 많이 나왔다”면서 “그 만큼 기쁘고 행복하다”고 웃었다.

홍란이 이번 대회에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인급 후배들을 동등한 경쟁 상대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란은 “후배들이지만 나보다 경험이 없다는 생각 안 한다. 어린 동생이지만 성적이 떨어지거나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선수 대 선수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란이 이번 우승으로 더 없이 행복한 이유는 또 있다. 투어 생활을 더 이어갈 수 있는 안정적인 시드권을 획득했기 때문. 홍란은 “제일 걱정이었던 시드 유지도 앞으로 2년 더 걱정 없이 대회 뛸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박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홍란은 “시즌 초반이라 너무 행복하다. 모든 선수들이 생각하는 시드, 상금랭킹 걱정 없이 자신 있게 내 플레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대회에서 7언더라는 좋은 스코어를 두 번이나 기록해서 자신감도 생겼다. 샷도 퍼트도 감이 좋아서 2승, 3승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수줍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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