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도 80대20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시장 규제로 서울 아파트값 오름폭이 한 달 사이 4분의1로 대폭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6일에 비해 지난 4일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은 0.37%로 직전 한 달 오름폭인 1.44%의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값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지난 11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한 주 전에 비해 0.02% 하락했다. 이는 3주 연속 떨어진 수치다.
15일 인천 경인여자대학교에서 만난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향후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대해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 회장은 “부동산 시장에도 80대20의 법칙을 적용해 보면 20%는 아파트값이 오르고 80%는 떨어진다”며 “결국 서울 강남3구와 목동·용산, 경기 과천시 등 일부 지역만 아파트값이 오르고 나머지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서 회장은 이런 양극화 현상이 같은 지역 내에서도 더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구에서도 수성구 쪽은 분양이 잘되는 반면 반대 방향인 칠곡지역 쪽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며 “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지역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주거 수준에 맞게 아파트 공급해야"
서 회장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양극화 해소’가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백화점에서도 상위 20%가 전체 80%의 매출을 감당한다고 한다. 결국 양극화로 흘러가는 흐름은 막을 수 없다”며 “하지만 정책으로 그 양극화를 얼마나 해소시켜 주느냐가 향후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한다고 하면 당장 급하게 세금을 피하려는 사람은 유예 기간 때까지 아파트를 팔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권이 바뀌거나 시장이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며 "토지 공개념이든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이든 정부가 내놓는 정책이 시장을 이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양극화 현상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근 청약경쟁률이 과열되는 지역을 보면 전매의 규제가 없는 지역”이라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으로 투기세력이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는 자금의 유동성이 크다. 내가 100만원을 갖고 있다면 이 돈으로 산업 시설을 지은 뒤 이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유동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서 회장은 수요자들의 높아진 주거 수준에 맞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책 당국자들은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아파트값이 오르냐는 의문을 던진다”며 문제는 '공급'이 아닌 '수요자를 만족시키는 집'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현재 정책자들은 국민들이 원하는 주거 수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수요자들은 더 질이 좋은, 더 주거 수준이 높은 아파트로 옮겨가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며 “예전엔 빌라에 살던 사람들도 99㎡(30평) 이상 규모의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이것이 청약 시장 과열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서울과 같은 '메트로폴리탄' 도시는 1가구 2주택인 수요자가 20% 정도 차지한다고 본다”며 “예를 들어 한 가구인데 주말에는 양평에 있는 집에 가서 살거나,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의 아파트 수요와 주거 수준 향상에 대한 욕구 때문에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아파트를 어느 정도 공급해줘야 과열 현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유세 인상은 불가피··· 양도세 함께 고려해야"
서 회장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보유세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함께 전체적인 부동산 조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기 때문에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는 양도소득세를 간과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회장은 “거래세인 양도소득세를 줄여서 토지를 이용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즉, 시장에서 더 활발하게 거래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한 사람이 쓸데없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OECD 선진국의 경우 부동산 조세 가운데 보유세가 80%, 양도소득세가 20%를 이루고 있다”며 “양도소득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세 개편을 해야 하는데, 단순하게 보유세만 높이는 방향으로 조세 제도를 바꾸면 부동산을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라는 얘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동산 조세 개편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 회장은 “양도소득세는 국세이고, 보유세는 지방세이다 보니 과감한 부동산 조세 개편이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서 세금을 거둬 지방정부에 교부금을 주는 형태다. 그런데 반대 방향으로 세금이 흘러간다면 중앙정부에서 조정 기능을 잃어버리는 측면이 있다. 결국 정부에서 조세를 건드리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향후 전체적인 조세 부담을 고려해 보유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는 "올 하반기 보유세 개편이 이뤄지겠지만, 보유세를 OECD 평균 이상으로 높인다든가 하는 극적인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부동산 조세 부담률을 본다면, 약간의 조정과 인상을 통해서 심리적인 효과를 거두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방세로 분류되는 보유세는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지방 분권화와도 연계된다. 서 회장은 “현재 서울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동산 시책은 많지 않다”며 “최근 주민센터 위에 집을 짓는 등 다양한 복합개발 방식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런 프로젝트 하나도 국유지라면 중앙정부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부동산 정책들은 6·13 지방선거와는 별 관련이 없다. 지방에선 부동산 정책이나 개발 등 부동산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앙정부에서 정책의 로드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세부적인 지역의 부동산 정책이 달라진다”며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더불어 서 회장은 현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정책에 대해서도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의 활발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주거 취약계층에게 최소한 10%의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유럽을 비롯한 OECD 국가에서는 국가가 10%의 영구임대주택 제고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5% 정도에 머물러 있다”며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나머지는 자발적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약제도 누더기 개편 안 돼"
서 회장은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에게 단기적 측면에 머무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지적하는 예시가 청약 시장이다. 서 회장은 “청약제도를 시장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부분적으로 개정하다 보니 지금은 전문가들도 잘 모를 정도로 어려워졌다”며 “법이나 규정은 내가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잘못됐다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이 청약제도에 대해 판단도 쉽게 못 하게 돼 버렸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서 회장은 “청약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체적인 청약 시장의 체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주택 공급을 구조적으로 계산해서 청약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청약 시장 과열 현상이나 수급 불균형, 투기 세력의 접근 등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규제 논란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실수요자든 투기세력이든 결국 매매차익이 많을 때 청약 시장 과열이 일어난다”며 “분양가를 낮추면 수요자가 이익을 가져가고, 분양가를 높이면 건설사가 이익을 가져가는 딜레마에 처한다. 결국 둘 사이에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 측면보다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라봐야 한다"며 "'후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토지'라는 개념을 갖고 정책 입안자들이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 회장은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과 함께 떠오르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서도 '주인공'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도시재생이 사업이 되려면 사업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주민들이 모여 뽑은 대표가 도시재생 사업에 개인의 모든 역량을 쏟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전문성 있는 주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한두 집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여기에 옆집이 하나 둘씩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전체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결국 그것이 관광객을 끌어들이게 된다”며 “하지만 우리는 아직 마을 커뮤니티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주민 주도’라는 말은 좋지만 주도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진정한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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