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87년 그리스 정치지도자 클라이스테네스는 '도편 추방제'를 실시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위험인물의 이름을 도자기 조각에 적어 비밀투표를 했다. 6000표 이상이 집계된 인물은 국외로 10년간 추방했다. 도편 추방제는 민주적 대개혁의 하나로 시작됐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적을 추방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생겨났다. 결국 도편 추방제는 시행 70년 만인 기원전 417년에 폐지됐다.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소환제를 명시한 개헌안(제45조 2항)을 발의했다. 국민소환제란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대표 중에서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이 투표에 의하여 파면시키는 제도다. 고대 그리스의 도편추방제에서 유래한 이 제도는 21세기 현대에는 영국,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 10여 개국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국민소환제 역시 선거인구의 폭발, 정치적 무관심, 행정기능의 확대 등으로 인해서 그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국민소환제로 소환된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국민소환제는 권력분립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배치되는 데다가 고대 그리스의 도편추방제의 폐단과 같이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뼈대만 남고 내용은 없는 형해화(形骸化)된 제도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따라 필자는 실효성이 낮은 국민소환제 대신 국회의원 4년 임기를 미국 하원의원 임기와 같이 2년으로 개헌할 것을 제안한다.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국민에 의한 평가를 자주 받게 해 국회의원의 '토호화'를 억제한다. 현행 국회의원 4년 임기는 타락하기 딱 좋은 세월이다. 4년이란 긴 임기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선량(選良)이 초지를 일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생업에 바쁜 국민들의 기억력이 희미해질 정도로 긴 세월이다. 4년이란 임기는 평소에 민의와 괴리되는 언행을 자행하다가 선거전 몇 달만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며 사람행세를 하면 다 잊고 또 찍어주겠지라는 고약한 심보를 갖기 쉽게 한다. (하지만 그래도 실제 당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둘째, 대통령의 재임 가능 기간과의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선출직 공직자중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재임가능 기간이 제일 짧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짧은 대통령 임기다(온두라스 대통령 임기 4년 단임제). 반면, 4년 임기에 연임 제한 없는 국회의원의 재직 가능 기간은 무제한이다. 20대 국회에서 5선이상 다선의원이 16명이나 된다. 이들은 20년 넘게 국회의원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입법성과를 냈던가? 참고로 5선 이상 의원들의 20대 국회 1차년도 본회의 통과 대표발의 건수는 0.38건에 불과했다.
셋째, 대통령에겐 중장기 국가전략사업계획과 수립과 그 실행을 위해 안정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비교적 긴 임기가 부여돼야 하는 반면, 항상 변화하는 민의를 살피고 그 민의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국회의원의 임기는 2년이면 필요충분하다. 그래서일까? 세계 초강대국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제인데 비하여 하원의원 임기는 대통령 임기의 반토막인 2년이다.
넷째, 잘못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받는 고통의 시간을 줄이고 비용으 절감시킬 수 있다. 혹자는 잦은 선거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는 한마디로 장기 군사독재 시절의 궤변이다. 박정희 정권은 선거비용을 핑계 삼아 4년 직선제를 6년 체육관 간선제로 개악하여 사실상 종신 대통령에 등극하는 유신독재를 감행했다. 덤으로 국회의원 임기도 4년에서 6년으로 늘려준 적도 있다.
끝으로 법제의 생명은 형평성과 합리성이다.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줄이는 개헌과 아울러 국회의원의 불필요한 각종 특권을 박탈하고 세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추고 입법실적에 따라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임기 4년 연임제(통산8년)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원 임기2년 4선한(통산 8년)으로 개헌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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