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이번 주엔 '세기의 핵담판' 이외에도 주목해야 할 이벤트가 많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간) 이번 주가 올해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미 정상이 마주하는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같은 날 영국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브렉시트 법안 수정안이 하원에 넘겨진다. 12~13일 이틀에 걸쳐 법안에 대한 논의와 최종 표결이 진행된다. 하원에서는 이미 브렉시트 법안을 15차례나 뜯어고쳤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고 브렉시트 최종 결정권을 의회에 부여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정부가 주도하는 협상을 통해 EU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 탈퇴를 추진하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방침을 거스르는 법안인 셈이다. 법안이 하원의 승인을 얻으면 메이 총리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
13일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가 나온다. 연준은 이번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게 확실시된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고했던 것보다 빨라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을 차례로 위협한 미국의 금리인상, 달러 강세 기조가 신흥시장 전반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연준이 이번 회의 뒤에 발표할 FOMC 성명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회견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같은 날 이탈리아에서 예정된 국채 발행은 최근 출범한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총선을 치른 이탈리아는 최근 가까스로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무정부 상태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이른바 '이탈렉시트' 우려가 고조됐다. 이 여파로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치솟아 만기가 같은 스페인 국채와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2012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14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번 회의 뒤 회견에서 국채매입(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종료 방법과 시점을 공식 거론할 전망이다. ECB는 이미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돌입했다. ECB의 양적완화 종료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떠받친 대규모 통화부양책의 축소를 의미한다.
같은 날 월드컵이 막을 올리는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각각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을 대표하는 나라다. OPEC과 러시아 등은 감산 합의를 통해 급락하던 국제유가의 반등을 이끌었는데, 최근 미국의 셰일원유 증산에 맞서 이 합의를 깰 태세다. 시장에서는 주요 산유국이 오는 22~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정된 OPEC 총회를 통해 증산 기조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고 본다.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회담에서 원유 증산 문제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이튿날에는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BOJ는 기존 통화부양 기조를 고수할 전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적극적인 부양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BOJ가 유일하다.
15일은 미국이 폭탄관세를 물릴 중국산 제품 최종 목록을 공표하기로 한 시한이기도 하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 삼아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최종 목록이 나오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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