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미 간 ‘중재역’으로 동분서주하며 헌신해온 문 대통령에게 이날 회담은 남다른 감회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된 오전 10시. 당초 예정대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도 회의 시작 전 국무위원들과 생중계 장면을 시청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두 정상이 나란히 걸린 성조기와 인공기 앞에서 악수하는 장면에서는 환한 미소를 짓는 등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뒤 평창동계올림픽과 4·27 남북 정상회담, 5·22 한·미 정상회담, 5·26 2차 남북 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숨가쁘게 한반도 평화 여정을 헤쳐온 문 대통령의 감정이 표정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어제는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고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개최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수행한 중재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지금까지 과정에서 진짜 영웅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매우 컸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최대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스무 번이 넘는 전화통화와 5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핵 담판에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먼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 고위급 인사를 대거 초청해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이어지도록 했다. 이의 결과로 남북 고위급 인사들이 특사로 서울과 평양을 상호 방문하면서 4월 27일 역사적 장소인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담은 판문점 선언이 이뤄졌고, 이를 신호탄으로 북·미 정상회담도 추진됐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 북·미 대화의 성사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정상회담의 '길잡이'로 표현한 문 대통령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공을 들였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6월 12일 싱가포르로 확정되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이 우려하는 비핵화 후 체제안전 보장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 실시와 ‘리비아식 핵폐기’를 주장한 백악관 강경파의 발언을 빌미 삼아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회담을 취소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신중한 행보를 유지해온 문 대통령은 주말인 5월 26일 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극비리에 만나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미국 측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을 전격 방문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마침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었다.
북·미 정상이 12일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담은 역사적인 합의문에 서명함에 따라,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협정으로 가는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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