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스마트폰 기업 샤오미(小米)가 홍콩 주식시장에서 '찬밥신세'가 됐다. 사흘간 진행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것.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홍콩에서 진행된 청약 증거금에 몰린 자금은 모두 97억6400만 홍콩달러(약 1조4000억원)다. 이로써 청약 경쟁률은 3.06배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앞서 홍콩에서 IPO를 진행했던 텐센트 웨원그룹(625배, 2017년 11월)는 물론, 중안보험(390배, 2017년 9월), 핑안굿닥터(290배, 2018년 4월)의 청약경쟁률을 훨씬 밑도는 것이다.
샤오미는 홍콩 증시 최초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기로 하면서 일찍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홍콩경제일보는 샤오미 일반 청약을 위해 홍콩 현지 11개 증권사가 앞서 1550억 홍콩달러 규모의 현금 실탄을 준비한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샤오미 공모주 청약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증거금·수수료 면제 혜택은 물론, 샤오미 밴드 등도 경품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했다.
훙하오(洪灝) 보콤인터내셔널(교통은행국제) 수석 스트래지스트는 21세기경제보를 통해 "앞서 여러 유니콘 기업들이 홍콩에 줄줄이 상장해서 투자 희소성이 낮아진 데다가 상장 후 유니콘 기업 주가가 부진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핑안굿닥터, 중안보험, 웨원그룹 등 유니콘 출신 기업들은 상장 전부터 청약 열풍이 불었다. 상장 당일 주가가 폭등했지만 이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 현재 주가가 공모가 아래를 밑도는 곳도 있다.
샤오미 수익모델이 아직 시장에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도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보인 이유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증시 불안으로 홍콩 주식시장이 침체된 것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6월 들어서 6.6% 하락했다. 특히 지난 25~27일에만 3.3% 하락했다.
샤오미는 내달 9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 모두 21억8000만주를 발행하며, 공모가는 17~22홍콩달러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이로써 예상 자금조달액은 370억6000만~479억6000만 홍콩달러에 달할 예정이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4230억에서 5480억 홍콩달러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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