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새 국면을 맞아 더 거세질 조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간 무역 갈등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 품목에 추가로 폭탄관세를 물릴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초에 이를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연간 6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맞대결이 격화하면서 무역협상은 물 건너 갈 공산이 커졌다. 중국은 당초 이번주에 상무부 고위관리를 미국으로 보내 류허 경제담당 부총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무역협상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었다. 류 부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초에 새 폭탄관세 조치를 발표하면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한 고위관리는 이 신문에 "중국은 머리에 총이 겨눠진 채로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전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빠르면 17일이나 18일에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폭탄관세 조치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폭탄관세 조치는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미국은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340억 달러, 160억 달러 등 연간 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물렸고, 중국도 똑같은 규모와 방식으로 보복했다.
새 폭탄관세의 세율은 국내 타격 등을 우려해 10% 선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차 폭탄관세 표적엔 처음으로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저하 우려로 반발이 컸다. 다만 중국이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지 않으면 세율이 25%로 높아질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도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중국 관리들은 지도부에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제한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 제조업 공급망에 핵심이 되는 원자재, 장비 등의 수출을 막는 식이다. 중국에서 조립되는 애플의 아이폰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러우지웨이 전 중국 재정부장도 이날 한 행사에서 중국이 이미 시행 중인 보복관세와 함께 미국에 대한 반격으로 '수출제한'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는 동시에 폭탄관세 수위를 계속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쓰는 건 내부 온건파와 강경파의 분열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협상이나 갈등 구도에서 우위에 서야 직성이 풀리는 그가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라면, 관세와 외교가 충돌할 때 관세를 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WSJ가 미국이 중국에 무역협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트위터를 통해 WSJ의 기사가 틀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협 압력을 받고 있는 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67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도 폭탄관세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을 모두 폭탄관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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