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존 방침대로 2019년 10월부터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증세에 따른 내수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포인트 제도' 등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현금 거래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세계 추세대로 '현금 없는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5년 만에 소비세 인상...비현금 결제시 포인트 환원 대책
올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에는 △ 2019년 10월 소비세 인상 △ 주택 및 자동차 관련 감세 확대 △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전면 실시 △ 고령자 고용 촉진 정책 등이 담겼다. 부족한 재원을 추가 세수로 충당하되, 임금 인상 외에 근무성과평가제 등 노동 개혁을 통해 증세 부담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경제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2014년 소비세율을 기존 5%에서 8%로 인상 조치했다. 당초 2015년 10월에 소비세를 현행 8%에서 10%로 올리기로 했으나 경제지표를 고려해 2017년 4월로 증세 시기를 미뤘다가 2019년까지 다시 한 번 더 보류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증세할 경우 내수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수 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침은 '포인트 환원' 제도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나 전자화폐 등을 사용해 결제하는 경우 구입 금액의 2%를 포인트로 되돌려 준다는 것이 골자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다나카 다이스케 수석 컨설턴트는 "(2% 포인트 환원의 경우) 지금 국내에서 많이 볼 수있는 0.5 %에서 1% 정도의 환원율보다 높아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현금 없는 사획로 진행될수록 자금의 유통이 쉬워 경제 전체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NHK는 보도했다.
◆ 10명중 8명은 현금 사용...제대로 자리잡을까
일본은 현금 의존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비현금 결제 비율은 18.4%로, 한국(89.1%)·중국(60%)·캐나다(55.4%) 등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NHK 등 현지 언론은 ATM 기기를 이용해 현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현금 의존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규명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신용카드를 이용한 비현금 결제가 늘어나고 있어 정부 차원의 포인트 환원 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일본은행이 지난 6월 20세 이상 남녀 216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신용 카드나 전자 화폐 등 비현금 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77.2%에 달하는 등 일본 성인 10명 중 8명은 현금 대신 신용 카드나 전자 화폐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수단은 신용 카드로, 응답자의 70.3%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화폐를 이용한다는 답변도 27.4%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20~50대의 비현금 결제율이 약 90%로 높았다. 응답자들은 비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이유로 포인트 할인 등의 혜택과 편의성 등을 꼽았다. 라인페이 등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시장에 자리잡으면서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그 배경으로 꼽힌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다만 비현금 결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아 있는 숙제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소매점에서 관련 장비를 도입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소비세 부과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현재 상태로라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살 경우, 테이크아웃하면 '식음료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비세율은 8%로 적용되고 있지만 가게에서 먹으면 '외식'에 해당, 10%의 소비세를 내야 한다. 정부에 대한 지지도와 별개로 현지 시민사회에서 소비세 증세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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