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제2기 경제팀이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하고, 홍남기 국무조정실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각각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으로 수직 승진시켰다.
홍남기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경제사령탑으로 헤쳐 나갈 경제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제정책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속도전'도 불가피하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내년도 예산안 심의 중에 부총리 교체가 발표된 것이 정국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인사청문회 등 임명 절차에 필요한 시간이나 김동연 부총리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법정 시한(12월 2일)까지는 김 부총리가 공식적인 지휘봉을 쥘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가 문재인정부의 정책 철학을 이어가면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김동연-장하성 경제 투톱의 엇박자를 의식한 듯, 홍 후보자는 ‘경제 야전사령탑’으로, 김 실장은 ‘포용국가 큰 그림을 그리는 설계자’로서 경제부총리 원톱 체제로 갈 것임을 분명했다.
홍 후보자는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에서 재정과 예산업무를 주로 해 온 재정ㆍ예산 전문가다.
포용국가의 주요 정책과제인 포용적 성장과 포용적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에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 후보자는 이날 인사 발표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부총리의 역할에 대해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준하는 성장 경로를 가게 하고, 그런 잠재성장률의 경로를 위로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고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대책, 경제 체질개선도 중요하지만 (성장) 경로를 안정적으로 하고, 경로를 높이는 토대를 제가 만든다면 의도하는 미션(임무)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경제팀이 원팀으로 작동되도록 현장에서 뛰는 야전사령관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선 "혁신성장과 양자택일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의 소득을 높이고 지출부담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과거 정부도 해 왔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잘 작동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최저임금 인상 등 몇몇 개별적인 정책의 추진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빨랐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의견을 듣고 경제팀과 면밀히 분업해서 보완이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예산 전문가임에도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를 추진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내면서 혁신성장에 대한 정책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홍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혁신성장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김동연 부총리가 혁신성장의 토대를 아주 잘 만들어 놨다"면서도 "성과가 단시간 내 가시적으로 보여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기 경제팀의 책임이 될 것이다"며 "민간의 의견을 경청하고 기업이 원하는 내용을 잘 들어서 혁신성장이 경제 성장의 중추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의 우려와 한계를 잘 안다"면서 "민간과 기업의 의견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도 안다.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나는 대로 매주 또는 격주 의무적으로 기업인들과 점심을 하는 일정을 짜겠다"고도 했다.
이어 "가능하면 매주, 안되면 격주라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ㆍ중견ㆍ대기업들과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덧붙였다.
규제 완화가 잘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하나하나 검토해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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