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합의가 불발된 파키스탄이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동맹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IMF과의 협상 결렬 이후 파키스탄의 정부 관계자는, “파키스탄이 많은 동맹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2개월 이상 수입(import)을 충당할 수 있는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맹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IMF를 앞세워서 중국으로부터 받은 차관 조건을 공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불발된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에서 IMF가 파키스탄에 중국으로부터 차관을 받은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파키스탄은 20일까지 2주에 걸쳐 IMF와 약 8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했으나 세부 조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르면 내년 초에야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국가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IMF의 핵심 능력인 만큼 IMF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부채 조건의 정확한 파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파키스탄 부채의 성질과 규모, 조건에 대해 “완벽한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의 요구는 IMF 최대 출자국인 미국이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부채 함정 외교’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렸다. 중국과 글로벌 패권 다툼을 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개발도상국에 갚지도 못할 만큼 막대한 빚을 지게 한 다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전략자원 확보나 군사기지 건설 등의 이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대에서 “우리는 동맹국을 부채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겨냥해 비난하기도 했다.
IMF는 그밖에도 파키스탄의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해 파키스탄 루피화 절하와 전기 및 가스 관세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IMF의 요구는 파키스탄 국민들의 큰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난색을 표했다.
당분간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어렵게 된 파키스탄은 사우디와 중국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일 IMF와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되자 즉각 10억 달러를 제공했다. 사우디는 5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도 파키스탄에 60억 달러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파키스탄 언론 지오TV를 인용해 전했다. 이달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당시 파키스탄 외교장관을 만나 “중국은 파키스탄이 경제 및 사회 발전과 국가 건설을 위한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밖에도 임란 칸 파키스탄 신임 총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 등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무너진 신뢰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탑라인 증권의 무함마드 수하일 애널리스트는 “파키스탄은 결국 IMF 구제금융에 의존할 것이다. IMF 프로그램 없이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다국적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으로 신흥국 중에서 무척 높은 편이다. 국가 부채 중 거의 절반은 중국에 진 빚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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