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정보기관 고위급 직원이 쓴 이 소설은, 중국에서 벌어진 긴박한 사건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영사 피살사건과 북한 과학자 납치사건은, 실제 사실과의 싱크로율이 궁금해질 정도이다. 거기에, 백두산 화산폭발과 북한 핵무기의 유출, 그리고 독도의 일본도발은 우리가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는 ‘불안의 시나리오’를 개연성 있는 상황극으로 눈앞에 보여준다.
(1)1997년 10월 1일 선양(瀋陽) 주재 한국 총영사관 최재근 영사 피살사건
북한 마약 밀매 정보를 수집하던 최 영사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원통형 물체로 가격당해 심한 두개골 손상을 입었고 만년필 독침으로 왼쪽 옆구리를 두 차례 찔렸다. 당시 선양지역은 전력부족으로 저녁 10시 이후엔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시켰기에 주민들은 손전등을 켜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대북한 무역을 하는 중국인과 식사를 한 뒤 10시가 넘어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 최 영사는 참변을 당한다.
(2)이스라엘 모사드의 북한 미생물학자 납치 사건
2000년 1월초 이스라엘 모사드 모스크바 공작거점에서 러시아 과학자 한명을 포섭했는데, 이 사람은 최근까지 북한 미사일 생산공장에서 일했던 이였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아 이란에 전수하고 있는데 미사일 탑재 능력이 이스라엘 전지역을 초토화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말한다. 이 정보를 파악한 이후 이스라엘-미국-한국의 정보협력망을 구축한다.
이후 모사드에서 북한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무기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정보를 캐냈다. 한국 정보기관은 이 생화학무기 총책임자가 미생물학자 김우재 박사라는 것을 알아낸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생화학무기 탑재 미사일을 곧 실전배치하려 한다고 말하면서, 김우재를 납치 또는 제거하겠다고 밝힌다. 김우재의 동선을 한국이 알아내 이스라엘에 알려주자, 그들은 옌사백화점에서 그를 납치한다.
이 과정에서 추격전이 벌어졌으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납치차량이 어디선가 날아온 박격포탄에 명중되어 박살난다. 이 박격포탄은 북한과 중국 측에서 ‘비밀’을 밀봉하려 썼을 가능성이 있음을 소설은 비친다.
이 사건 또한 설(說)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상당히 리얼한 냄새가 난다.
(3)백두산 화산폭발과 독도 아래 핵탄두 :
기상천외한 상황이지만, 개연성이 있는 ‘소설’적 전개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700m 상공을 치솟고 화산재가 5㎞ 높이로 뿜어져나온다. 북한은 반경 6㎞ 이내를 위험구역으로 지정한다.
문제는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해 그것을 백두산 아래 지하갱도에 넣어두었는데, 이번 화산 폭발로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갱도 수리에 나선 북한당국은 핵탄두 5개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군부가 이것을 이라크 내 테러세력에게 판매하기로 하고 선수금을 이미 받은 상태였다. 이들은 이 물건을 중국 다롄항에 정박 중인 한국 모해운 소속 선박에 실어놓았다.
이 정보를 입수한 남과 북의 정부는 컨테이너를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핵탄두를 빼내, 독도 동남향의 일본 쪽 4㎞ 길이의 천연 해저동굴에 넣어놓는다.
이런 와중에 일본이 우익단체 시위자의 죽음을 이유로 삼아 독도를 무단점령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전운이 감도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는, 독도 아래 해저터널의 핵탄두를 폭발시킬 경우 일본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우화 같은 이야기는 일소(一笑)에 붙일 수도 있지만, 한반도의 평화 상황에 대한 이웃국가의 뜻밖의 도발이 있을 수도 있음을, 숨가쁜 이야기 속에 흘려놓고 있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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