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혈압과 심혈관 질환 발생이 양의 상관관계에 있고, 고혈압 기준보다 혈압이 낮은 환자라도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약 1100만 명에 이른다. 이는 국내 기준에 따라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으로 진단된 통계로, 2017년 미국심장학회에서 130/80mmHg로 낮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률은 무려 50%에 이른다.
보통 혈압은 고혈압 기준치만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강시혁 교수팀은 혈압은 일단 낮추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가장 낮은 이른바 ‘최적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90~99mmHg, 이완기 혈압이 40~49mmHg인 경우였으나, 이보다 낮은 혈압을 가진 인구 비율이 0.22%에 지나지 않아 사실상 거의 모든 인구에서 혈압을 낮추는 것이 심혈관계 예방에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강시혁 교수는 “약물치료를 통해 인위적으로 혈압을 과하게 낮추는 것이 아니라면 혈압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며 “소금 섭취는 줄이고 담배는 끊고, 체중관리와 함께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혈압 관리를 위한 대표적 건강 행동”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팀은 집계된 결과를 바탕으로 혈압을 통해 향후 10년간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도를 예측했다. 그러자 수축기 혈압이 증가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비례해 커졌으나, 이완기 혈압은 동일한 수축기 혈압에서 낮을수록 오히려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팀은 이것이 성별과 연령에 따라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데 서로 가중치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고령의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을 오래 앓아 혈관이 경직되면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고, 이러한 변화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반면, 젊은 층에서는 수축기 혈압은 높지 않고 이완기 혈압만 높은 경우도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강시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고령층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인 경우, 청년층의 경우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이고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 등 고혈압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건강검진 후 상담 권고를 받는 경우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12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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