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당초 대표적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반대파였다. 내무장관 시절만 해도 유럽연합(EU)에 남는 게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 정치 공백을 메우고 브렉시트 정국을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브렉시트파로 돌아섰다.
메이 총리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탄생한 영국의 두 번째 여성 총리로 화려하게 다우닝가 10번지(영국 총리의 공식 관저)에 입성했다. 그러나 1년 6개월 남짓 지속된 총리 생활은 탄탄대로였던 지난 정치 인생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EU와 영국 의회 사이에서 외로운 줄타기가 시작된 탓이다.
메이 총리는 집권 초반만 해도 '하드 브렉시트(완전한 EU 탈퇴)' 전략을 강조했다. 이왕 정해진 결별이니 영국의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협상에 사퇴 압박이 시작되자 작년 11월 EU와 극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EU의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해 저자세 협상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메이 총리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를 해소하려면 합의안을 승인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하원은 이를 무시했다. 대신 총리 불신임안을 내밀었다. 다행히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턱걸이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메이 총리는 새로운 브렉시트 관련 대안, 이른바 '플랜 B'를 발표했다.
추후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인 백스톱(안전장치)을 보완하고 의회의 발언권을 강조한 게 골자지만, 원안과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브렉시트 대안으로는 노딜 브렉시트 외에도 브렉시트 결정을 철회하는 '노 브렉시트', 조기 총선, 제2 찬반 국민투표 등이 거론된다. 메이 총리를 밀어내지 못한 제1야당 노동당은 아예 제2 국민투표를 대안으로 밀고 있다. 메이 총리가 강하게 반대하는 부분이어서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EU가 처음으로 '하드 보더(hard border)'를 언급하고 나서 메이 총리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물리적 국경이 생긴다는 것인데, 이는 메이 총리의 구상과 상이하다.
1997년 정계에 입문한 메이 총리는 2010년 보수당 정부가 출범한 뒤에 내무장관에 올랐고 6년간 재임하면서 최장수 내무장관 재임 기록을 세웠다. 이민과 치안·안보와 관련한 강경파로, 내무장관 시절에도 관련 대책을 담당했다. 그러나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리더십도, 정치적 입지도 더욱 흔들리게 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