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규모가 새해 10조원을 다시 넘어설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사상 최고 공모액을 새로 쓸 수도 있다. IPO 대어가 사라지는 바람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1년 전보다는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공모액 예상치 최대 12조 달해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공모예상액 최대치는 각각 10조원과 2조원이다. 연간 공모액이 12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공모액은 2조8000억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 공모액은 2010년 기록한 10조900억원이다. 예상을 깨지 않는다면 이번에 새 기록이 만들어질 수 있다.
분위기는 괜찮다. 상장을 미루었던 대어급 기업이 속속 '재수'에 나서고 있다.
먼저 코스피를 보면 공모액만 6조원대로 점쳐지는 호텔롯데가 상장에 다시 도전한다. 호텔롯데도 새로운 기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공모액 4조900억원)이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이랜드리테일, 교보생명도 호텔롯데에는 못 미치지만 대어급으로 평가돼왔다. SK매직과 현대오토에버, 호반건설, 바디프렌드 역시 코스피 입성을 노리는 회사다.
코스닥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유망주로는 웹케시와 노랑풍선, 이노테라피, 천보, KTB네트워크, 에코프로비엠, SNK가 꼽힌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기대감이 커졌다"며 "주식시장 부진과 회계감리 강화로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던 기업이 다시 도전하면서 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장 문턱 낮춰주는 거래소
한국거래소는 상장 문턱을 낮춰주기로 했다. 잠재력을 가진 기업이라면 일정 시가총액 요건만 맞으면 상장이 가능해진다. 연구개발과 대규모 시설투자로 이익실현까지 시간이 필요한 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즉, 시장 평가만으로 상장할 수 있다.
주식분산 요건도 느슨해진다. 일반주주 비율이 발행주식 대신 공모주식 대비 25% 이상만 넘으면 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상장 과정에서 주식분산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적 평가에 활용하던 기준은 세후이익에서 세전이익으로 바뀐다. 코너스톤투자자도 도입한다. 이는 공모 절차를 밟기 전부터 일부 주식을 공모가에 사기로 확정한 투자자를 말한다. 정부는 이미 2개월 전 '자본시장 혁신과제'를 통해 이를 소개했었다.
주무기관인 거래소는 코너스톤투자자에 적용할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문성 있는 기관투자자가 공모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IPO 부진을 확실히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에도 기업공개를 마친 기업 수는 적지 않았다. 코스피 17곳과 코스닥 90곳을 합쳐 107곳이 새로 상장했다. 숫자로는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그래도 대어가 없어 공모액으로는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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