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못 벌어 혼나 온 한국투자공사(KIC)가 돈을 들여 투자시스템을 손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오는 3월 13일까지 차세대 투자시스템 구축을 위한 경쟁입찰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상반기 안에 사업자를 뽑아 2021년 6월까지 2년에 걸쳐 새로운 투자시스템을 들여놓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은 모두 127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공사는 정부와 한국은행, 공공기금에서 위탁한 150조원대 자산을 굴리는 '국부펀드'다. 모든 자산은 현재 해외(주식·채권·부동산)에만 투자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2018년 국정감사에서 나쁜 수익률 탓에 뭇매를 맞았다. 총자산수익률이 같은 해 1~8월 기준 1.7%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이 같은 기간 해외 주식과 채권으로 거둔 수익률은 각각 7.6%와 2.6%에 달했다.
한국투자공사는 해외 주식에 총자산 가운데 40%가량을 배분하고 있다. 해외 채권과 대체투자(부동산)에는 각각 약 35%와 15%를 투자한다. 이런 자산 배분은 국민연금에 비해 공격적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 가운데 해외 주식 비중을 20%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장기 수익률에서도 국민연금에 밀렸다. 국민연금이 2017년까지 5년 동안 해외 주식으로 거둔 수익률은 11.3%에 달했다. 한국투자공사는 같은 기간 10.2%로 1% 포인트 넘게 낮았다. 해외 채권 수익률도 국민연금(3.0%)이 한국투자공사(1.3%)를 한참 앞섰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가 해외 자산운용사에만 일감을 줘 국부유출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한국투자공사가 창사 이래 외국 자산운용사에 준 수수료만 6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내 자산운용사에 해외 투자를 위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한국투자공사가 일관성 없이 투자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는 지적도 있다. 외부에서 여러 투자시스템을 들여오는 바람에 데이터 호환성에 문제가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투자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면 투자전략을 바뀌는 금융시장 상황에 맞게 구사하기도 어렵다.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위한 결정"이라며 "해외 국부펀드와 연기금이 활용하는 자산운용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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