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의 역설] 외벌이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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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9-03-0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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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벌이, 외벌이보다 상대적 소득 높지만 지불항목도 많아

  • 전문가 "흑자율 높여 자산 잘 배분·운영해 나가는 것 중요"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은 외벌이 가구보다 많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출로 저축하는 상대적 비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흑자율 차이는 10% 포인트 이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보통 맞벌이라고 하면 둘이 버는 만큼 넉넉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둘이 버는 만큼 사회생활 비용도 두 배로 들어간다. 이러다 보면 맞벌이라고 해서 딱히 여유가 더 있거나, 저축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소위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다가온다. 한마디로 맞벌이의 역설인 셈이다.

실제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은 외벌이 가구보다 많다. 하지만 지속적인 지출로 저축하는 상대적 비율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7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및 신혼부부통계'를 분석한 결과, 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흑자율 차이는 두 배로 벌어지기는커녕 10% 포인트 이내였다. 흑자율은 소득에서 소비하고 남은, 흔히 저축하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맞벌이 가정이 외벌이보다 재산을 빨리 불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지 않다. 노력에 비해 큰 효과를 얻지 못하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결혼 5년 이내 맞벌이 신혼부부(2017년 기준)의 연소득은 7100만원으로 외벌이 부부 평균(4155만원)의 약 1.7배에 달했다. 맞벌이 가구의 근로소득이 외벌이 가구보다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저축을 의미하는 흑자율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부부가 모두 돈을 벌어야 하는 맞벌이 가정은 상대적인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그만큼 돈을 지불해야 하는 항목도 늘어난다. 특히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의 추가소득 중 80%가 교육비나 외식비에 치중되고 있다. 맞벌이 가구의 외식비는 외벌이보다 39.5% 많았다. 교육비도 35.6%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가사를 전담하는 주부가 없어 외식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무리한 대출로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가계 저축여력인 흑자율을 낮추고 현금흐름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17년 신혼부부 138만쌍 중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이 있는 부부가 전체의 83.3%로 드러났다. 전년도보다 1.3% 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이 받은 대출 잔액 중앙값(대출잔액 기준으로 일렬로 늘어 세웠을 때 가운데 값)도 8784만원으로 전년(7778만원)보다 12.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자산현황을 점검해 고정지출을 소득 규모 내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맞벌이 취지를 살려 자산을 빠르게 불려나갈 수 있도록 부채를 줄이고, 흑자율을 높여 자산을 잘 배분·운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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