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완의 월드비전] 휴! 트럼프...탄핵 고비 넘었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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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
입력 2019-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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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논설위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1972년 6월 17일 새벽, 美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괴한 5명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을 침입했다가 발각되어 체포된다. 이들은 단순히 물건을 훔치러 들어갔다고 주장했지만 무기나 금고 털이 도구가 아닌 도청 장비를 지니고 있어 너무 수상했다. 이틀 후 워싱턴포스트(WP)는 다섯 명의 침입자 중 한 명은 전직 CIA 요원이며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선캠프의 경비팀에 소속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美 역사상 최대 정치 스캔들로 비화된 이 사건은 초기에는 파괴력이 별로 없었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문제 삼는 언론이 '가짜 뉴스'를 내고 있다고 비난하고 CIA를 움직여 FBI의 수사 활동을 방해하기도 했다. 닉슨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이 사건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가 싶었다. 

닉슨의 재선 첫해인 1973년 온통 워터게이트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그의 수사 방해와 사건 은폐 공작 시도를 결정적으로 입증하는 녹음 테이프가 존재함이 밝혀지고, 벼랑 끝에 몰린 닉슨은 이 사건을 맡은 특별 검사 아치볼드 콕스의 해임에 나선다. 직접적인 해임권자인 엘리엇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며 사임하고, 그의 대행인 법무부 부장관도 명령을 거부하고 뒤따라 물러난다. 결국 로버트 H 보크 법무차관보가 콕스 검사를 해임하는 촌극이 발생한다. '토요일 밤'의 대학살로 대서특필된 이 사건으로 민심과 정치권은 닉슨에 완전히 등을 돌린다. 상원 청문회와 특검을 통해서도 워터게이트가 닉슨이 직접 지시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명백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는 증거는 분명했고, 워터게이트를 넘어 탈세 등 여러 다른 비리 혐의도 드러나 버렸다. 1974년 7월 27일, 하원은 닉슨의 탄핵을 결의했다. 이후 상원의 탄핵 결의도 확실한 상황에서 그는 사임을 8월 8일 발표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 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법적 논란에서 사실상 면죄부

탄핵 위기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자신을 옭아맸던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법적 논란에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24일 (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간 공모 혐의를 밝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탄핵 위기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트럼프의 눈은 이제 20개월 남은 2020년 대선에 쏠려 있다. 그의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민주당 측 반발로 정치 공방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특검의 수사는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지독하게 괴롭혀 왔다. 그동안 미 언론은 워터게이트와 비교하며 트럼프가 탄핵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집중 거론했다. 24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공개한 뮬러 보고서의 4쪽짜리 요약본에 따르면 "미국 측 또는 트럼프 측근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선거개입 행위를 공모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유보'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던 당시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하면서, 언론은 닉슨의 '토요일 밤의 학살'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줄곧 러시아와의 '공모'는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뮬러 특검의 족쇄에서 벗어난 트럼프는 특검의 요약본이 공개되자 "공모 아님, 사법방해 아님, 완벽한 무죄입증. 미국을 위대하게!"라고 주장하는 트윗을 날렸다. 득의양양한 트럼프는 이제 자신에 대한 '마녀사냥'을 해온 야당과 언론에 대한 총 반격에 나설 태세이다. 이젠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된 근원에 대한 조사 즉 '맞불 특검'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검 요약본이 공개된 후,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저울질했던 민주당은 "특검 보고서를 전면 공개해 트럼프의 구체적 비위를 낱낱이 따져보자'며 공세를 취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압박은 동력을 크게 상실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美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하원을 8년 만에 탈환했다. 민주당이 다수여서 탄핵안 발의는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리한 탄핵 추진은 자칫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이미 힘을 얻고 있었다.  


나타나지 않는 '스모킹 건'

그동안 언론이 트럼프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곤 했지만 그를 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 즉 '스모킹 건'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뮬러 특검이 그동안 수사에서 트럼프 측근 4명과 러시아인 26명을 포함 34명을 기소했으나 트럼프에게 '결정타'는 날리지 못했다. 2017년 기소된  트럼프의 선대본부장 폴 매너포트는 수사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과 플리바게닝(사법협조자 형벌감면 제도)을 맺었지만 진술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불법 로비와, 증인 협박, 탈세 등 개인적인 비리와 관련 7년이 넘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기간 중에 그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의회에 불러 청문회를 개최했다. 12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일하면서 그의 '해결사'이지 '충복'이었다가 등을 돌린 코언은,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 ‘사기꾼’ ‘범죄자’로 부르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와 과거 성관계를 가진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으로 자신이 돈을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언의 이날 증언은 46년 전 '워터게이트' 사건 공개 청문회 때 닉슨 대통령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자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던 존 딘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의 모습과 유사한 면도 있다. 

기회 노리는 민주당

민주당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죄라고 밝히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검이 결론을 유보한 '사법 방해'나 '기타 중대 범죄' 의혹에 대해 하원에서 전방위 국정 조사를 시작할 태세이다. 그러나 앞으로 '러시아 스캔들'이 어떻게 전개가 되든 트럼프의 탄핵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원이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다 해도 상원의 벽은 너무 높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에서 정족수 2/3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공화당의 트럼프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감안하면 탄핵안 통과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닉슨을 꼼짝 못하게 했던 결정적인 증거의 노출, 완전히 그에게 등을 돌린 여론 때문에 닉슨에 대한 탄핵 절차가 거의 초당적으로 이루어진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설사 초당적 지지를 얻어 트럼프를 탄핵하더라도, 민주당의 고민은 트럼프의 뒤를 이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초강경 보수파로 알려진 펜스보다는 허점이 많은 트럼프가 쉬운 상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듯 민주당 1인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78)은 최근 WP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모든 면에서 대통령에 걸맞지 않다"면서도 "탄핵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로, 매우 급박하고 압도적인 사유와 초당적인 지지가 없는 한 가서는 안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를  상대로 그러한 일을 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펠로시의 의견에 반발하는 강경파 민주당 의원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트럼프를 꼼짝 못하게 옭아 맬 수 있는 명백한 '증거' 없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많은 미국인들이 현재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임기 3년 차, 2020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로 국정 동력을 크게 상실 했다. 민주당은 아마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워터게이트 공청회 출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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