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이 무역협상 마지막 단계인 합의문 문구 작성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며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8~29일 미·중 무역협상단은 무역전쟁 해법을 찾기 위해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미·중 고위급 협상을 가졌다. 이를 위해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므누신 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8일 오후 4시께 베이징에 도착해 이날 저녁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업무 만찬을 가졌으며, 다음 날인 29일 종일 중국 측과 협상을 벌였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 경제일보 산하 웨이보 타오란비지(陶然筆記)는 "원래는 28일 오후 환영만찬을 할 계획이었지만 업무만찬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양측이 합의문 문구를 두고 협상해야 할 것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매체에 따르면 앞서 미·중 무역협상 실무팀은 전화통화와 화상회의로 협상을 지속하며 합의문에 들어갈 단어 하나, 문구 하나를 놓고 논의했다. 특히 화상회의 도중 농업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한 단어를 놓고 두 시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그럼에도 결국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양측은 이 문제를 잠시 미뤄놓고 다른 사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양측이 합의문 문구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미·중 무역협상 합의 시점에 대해서는 몇달이 걸릴 수도 있다며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중 무역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를 의미한다"고 전했다고 홍콩 명보(明報)는 30일 보도했다.
FT는 최근 들어 무역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양측이 중국의 경제체제 개혁 약속, 합의안 이행절차,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 등 쟁점 사안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FT는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앞서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한 이래 가장 중요한 무역합의안 초안을 내놓자, 중국은 초안 문구 곳곳에 붉은 펜으로 삭제 표시를 한 다음, 이를 대체할 문구를 다시 적어 미국 측에 넘겼다고 전했다.
FT는 이는 중국이 아직까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심도있는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길 원치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제품 구매, 외국기업의 시장진입 문제 개선 등 논쟁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분야에서도 양측간 의견 일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실제로 당초 이르면 3월께 드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양국의 무역협상 합의안은 일러도 4월, 늦으면 6월에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자수둥(賈秀東) 중국국제문제연구소 특약연구원도 30일 명보를 통해 "합의문 작성 단계에 진입해 양측이 세세한 단어 하나, 구절 하나를 놓고 다듬고 또 다듬는 건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각자 경제무역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견을 보일 수 밖에 없고, 공통분모를 찾으려 노력해야 하는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 연구원은 "하지만 양측이 협상을 계속하고, 진전이 있다고 여긴다면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미·중 무역협상단은 앞서 28~29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건설적인' 미·중 고위급 협상을 가졌다. 이어 다음주 3~4일엔 류허 부총리가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고위급 협상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29일 저녁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달랑 174자의 짧은 보도를 통해 "양국이 합의 관련 문건을 논의했으며 새로운 진전을 거뒀다"고만 전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날 성명에서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진전을 지속했다"고 성명을 내놓았다. 다만 양측 모두 어떤 진전을 거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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