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日강제징용 피해자 손녀 "트와이스 사나, '헤이세이' 논란 사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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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5-0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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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트와이스 공식 SNS 계정에 "헤이세이 끝나니 쓸쓸"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 사나가 일왕 퇴위 소식에 대한 심경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며 논란이 벌어지자 자신이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의 외손녀라고 밝힌 누리꾼이 "사나의 경솔한 행동에 책임지고 사죄하라"며 장문의 글을 박진영 프로듀서 앞으로 남겼다. 
 
지난달 30일 사나는 트와이스 공식 계정에 "平成生まれとして、平成が終わるのはどことなくさみしいけど、平成お疲れ様でした!!!令和という新しいスタートに向けて、平成最後の今日はスッキリした1日にしましょう!(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난다는 것은 어쩐지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 많았다. 레이와라는 새로운 출발을 향해서, 헤이세이의 마지막인 오늘은 말끔한 하루로 만들자)"라는 글을 게재했다.


 

[사진=트와이스 사나 SNS]

 
'헤이세이'와 '레이와'는 사나의 모국인 일본의 연호로, 일본은 제125대 아키히토 일왕 재임 기간 중 '헤이세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날 아키히토 일왕이 30년 3개월만에 퇴위하고, 1일 나루히토의 일왕이 즉위하며 동시에 연호도 '레이와'로 바뀌었다. 사나는 헤이세이 시대의 마지막 날에 이같은 글을 게재한 것.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이 트와이스 그룹 전체에 대한 보이콧 의사를 보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사나 발언이 한·일 감정 싸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과 일본이 식민지배, 위안부 등 역사 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활동 중인 사나가 일본 일왕에 대한 심경을 담긴, 즉 정치적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글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들은 아키히토 일왕이 재임 중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 사죄를 구하긴 했지만,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트와이스의 또 다른 멤버인 다현이 과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브랜드인 마리몬드 제품을 착용해 일본의 한 정치인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사실이 다시 알려지며 사나를 항햔 일부 대중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같은 멤버인 다현은 마리 몬드 티셔츠입었다고 일본방송에서 엄청난 지적을 받았다"며 "사나 행동에 대해 지적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에서 활동하는데 한국에 대한 배려가 좀 없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3.1운동 100주년 때 많은 연예인들이 이를 기념하는 글을 게재했지만 트와이스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사실 또한 알려지며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누리꾼들은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인인 사나 입장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힐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사나의 글을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들은 많은 일본인들이 연호를 정치적 이슈보다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며 사나의 글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자체 연호 사용이 일상화돼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나가 '일왕 교체에 대한 심경'을 나타냈기보다 일본이 한 시대를 마감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또 새 시대를 향한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사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트와이스의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 직접 해명이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JYP측은 논란 이후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이번 논란이 JYP측 대표인 박진영에게 쏠리는 양상이다. 소속 연예인들의 역사 인식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소속 연예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트와이스는 지난 2015년 데뷔한 9인조 걸그룹이다. 멤버 중 3명(미나, 사나, 모모)은 일본인이며 대만 국적의 쯔위도 포함된 다국적 그룹이다. 트와이스는 '우아하게' '치얼업' '티티' 등을 히트시키며 인기를 끌었고 주로 한일 양국을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같이 사나의 글이 논란이 되자 최장섭씨의 손녀가 사나와 박진영을 향해 "사죄하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최씨는 일제 강점기였던 1943년 16세의 나이에 군함도로 강제 징용됐던 인물로 20여 년 동안 자신이 경험했던 강제징용 생활을 기록하고 알리는데 힘썼다. 최씨는 지난해 1월 부상과 지병으로 별세했다.


다음은 일본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최장섭 씨의 외손녀가 남긴 글 전문이다.

"박진영씨, 저는 군함도 강제징용 피해자 최 장자, 섭자 씨의 외손녀라고 합니다. 이 댓글을 보실지 모르겠지만 트와이스 멤버 사나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로 인해 박진영씨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아주 절박한 분노를 담아 이 댓글을 달아봅니다.

할아버지께서 별세하신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살아 생전 메스컴과 각종 행사에 연로하신 몸을 이끌고 나오셔서 강제징용 피해 사실을 꿋꿋히 알리시고 일본에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시며,

거동이 불편하신 몸으로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날조된 역사 아래 등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맨 몸으로 배에 올라타 끔찍했던 자신의 과거가 묻힌 군함도에 다시 다녀오시기도 했던 저희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현재 사나 씨가 올린 글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 조차도 죄스러운 것이 제 심정입니다.

할아버지께 숙원처럼 남은 일본의 만행들은 그 어떤 사과와 보상도 없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이 나고 자란 시대에 대한 경의, 세대가 교체되었다는 쓸쓸함은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가진 나라의 국민이 가져야 할 감정입니다. 전범국 국민이 자랑스럽다는 듯 가질 감정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어린 10대였던 제 할아버지께서는 저와 박진영씨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치욕을 겪으셨습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어떤 소녀들은 자신들이 그렸던 행복한 미래와 영원히 이별해야 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 아래 한국은 정체성을 잃고 이름을 잃고 가족을 잃고 한글을 잃고 땅을 잃고 곡식을 잃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군국주의란 그런 것입니다.

군국주의를 추앙하는 일본의 우익세력 때문에 미군정 아래 금지됐던 연호가 일본에서 다시 부활했습니다. 1979년 일본이 패망한지 34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난 일왕이 친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이어오고 있는 군국주의적 역사를 한국에서 프로듀싱하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멤버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낍니다.

제가 강제 징용 피해자분들을 대표할 순 없다 생각합니다. 제가 감히 할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드린 것은 단지 후손이란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저 또한 한 인간으로서, 수 많은 일본 군국주의의 피해자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진영 씨께서 연습생들을 훈련시키며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인성이라 들었습니다. 바른 인성은 바른 도덕심과 바른 역사적 가치관을 가졌을 때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나 씨를 프로듀싱한 제작자로서 박진영 씨가 이번 일에 느끼는 바가 정말 단 하나도 없으신지 저는 묻고싶습니다.

몇 년 전 광복절 행사에서 저희 할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손들이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그저 잊지 않으려는 사람으로서, 박진영 씨께 간곡히 바랍니다. 아이돌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가르칠 것. 역사 위에 자본을 두지 말 것.

사나 씨가 한 경솔한 행동에 핵심 프로듀서, 소속사 창립자로서 책임 지고 사죄할 것.

부디 박진영 씨가 올바른 소신을 가진 사람이길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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