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자사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에서 타사 대출상품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오는 10월부터 오픈 AIP의 '이용 기관'으로 시범 참여하게 되는데, 서비스를 확대해 대출 상품도 연계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 API란 자사 데이터를 다른 사업자가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한 체계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2개사를 포함한 18개 은행이 데이터 '제공 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은행은 현재 데이터 제공만 가능하며, 핀테크 업체가 '이용 기관'으로 은행의 데이터를 가져다 송금 및 이체 업무를 할 수 있다.
은행들이 이 같은 논의에 착수한 건 핀테크 업체에 리테일 금융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5개 핀테크업체의 '대출 비교·신청' 서비스에 대해 각종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당장 송금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다음달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다. 토스 이용자 1000만명 이상이 토스 앱에서 각 은행의 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신청까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선 금융 상품 제조사(은행)와 판매사가 분리돼 있다"며 "독립투자자문업자(IFA) 등이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시하는 식인데, 핀테크 시장이 커질수록 이 같은 판매 채널이 다양해진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가 은행의 상품가격(금리)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을 텐데 은행으로선 가격 경쟁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며 "보험업계의 경우 보험사보다 GA의 힘이 막강해진지 오래인데, 핀테크 앱으로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은행은 핀테크 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은행마다 영업 전략이 다른 데다, 관련 서비스 구축을 위해선 신용정보법 개정 등이 필요해 관련 서비스를 연내 시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핀테크 업체의 '대출 비교·신청' 서비스가 당장 '메기'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핀테크 업체가 은행의 모든 대출상품을 단번에 비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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