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말한 공소사실의 모든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의 픽션 같은 이야기”며 “공소 자체도 부적법하다”라고 주장했다.
양 대법원장 측은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이 조물주처럼 공소장을 창조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피고인석에서 꼿꼿하게 앉은 채 또박또박 자신의 주장을 펴, 앞으로 법정공방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일부에서는 "피의자가 구속된 상태인데도 공판준비기간에 4달이나 걸리는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장이었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도 사실관계는 물론 법리적인 문제까지 혐의 일체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박·고 전 대법관 역시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라며 법리공방을 벌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고 전 대법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 자리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송구하다”면서도 “그동안 잘못 알려진 것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법원행정처장 재임시절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모·지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며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도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대법원장을 지내며 자신에게 비판적인 판사들을 사찰하거나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 등 57개 범죄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은 각각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사법행정권 남용을 실질적으로 지휘했거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31일에도 서증조사를 거쳐 6월부터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들어갈 예정이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재판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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