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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경영 끈’ 놓지 못해…CEO 무덤 된 동화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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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9-05-3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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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간 대표이사 7명 교체...오너 4세 윤인호 전무 사내이사 발탁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왼쪽)과 박기환 동화약품 대표이사[사진=동화약품]


지난 3월부터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고민은 깊어졌다. 월 초부터 제약사들의 1조 클럽 소식이 속속 들려왔기 때문. 11년 전 일찌감치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도입하고 ‘CEO의 무덤’이란 비아냥까지 감내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넘기는 데 그쳤다.

윤 회장은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이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특히 수출 취소 악재에도 3년 만에 1조 클럽에 가입한 한미약품의 약진은 2014년 리베이트 사건으로 위축된 윤 회장에게 큰 자극이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그가 처음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더딘 성장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동화약품은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급변하는 약업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제2의 도약을 이루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오너 3세인 윤도준 회장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윤 회장은 책임 경영과 빠른 의사 결정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43년 한곳에만 근무하며 ‘동화약품맨’으로 불린 조창수 대표 외엔 2년 이상 대표이사직을 견디지 못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평균 1년 6개월에 불과했다.

동화약품은 2012년 조 대표가 물러나자 다국적 제약사 출신의 CEO 물색에 나섰다. ‘얀센맨’으로 통하는 박제화 대표가 수장으로 앉은 배경이다. 박 대표는 한국얀센을 거쳐 중국·대만·홍콩을 잇는 ‘차이나라인’을 총괄했다. 마침 그는 동화약품에서 고문으로 활동 중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와 동화약품의 허니문도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 동화약품이 50억원이 넘는 불법 리베이트를 전국 병·의원 의사들에게 제공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2008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 법규가 시행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였다.

당시 동화약품의 전문의약품 연평균 매출은 800억~9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 가운데 5%가량이 리베이트 살포에 사용됐다.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매출에 대한 고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 탓이었다.

박 대표가 2013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소회의에 나와 “동화약품은 116년 역사로 업계 모범을 보여야하지만 일부 영업활동 과정에서 법 위반 행위를 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최근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발언해 이를 뒷받침했다.

이후 한국화이자 출신 이숭래 대표를 영입해 만회를 노렸다. 이 대표는 매출 신장을 이끌기는 했지만 영업이익 상승에는 한계를 보였다. 의사 155명이 기소된 리베이트 처벌의 여파가 컸던 탓이었다.

이 대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큰 폭의 혁신 방안을 내놨다. 회사 경영문화와 충돌해 1년 11개월 만에 대표직을 내려놨다.

동화약품은 이번엔 내부 발탁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희수 당시 일반의약품(OTC)사업부 상무이사를 CEO에 발탁했지만, 그는 선임 6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윤 회장의 마음은 순식간에 글로벌 제약사로 기울었다.

동화약품은 다시 박스터코리아 출신인 손지훈 대표, 질레트·존슨&존슨 등 글로벌 소비재기업을 거친 유광렬 대표, 한국지엠 출신의 인사전문가 이설 대표 등 화려한 경력의 CEO를 줄줄이 선임했다.

하지만 윤 회장이 꿈꿨던 제2의 도약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사상 첫 매출 3000억원을 넘겼지만, 경쟁사인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 모두 1조 매출을 올린 뒤였다.

결국 윤 회장은 고민 끝에 지난 3월 21일 통 큰 결단을 내렸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각자 대표 체제를 끝내기로 한 것이다. 동화약품은 박기환 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대표의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그러나 윤 회장의 아들인 윤인호 전무(당시 상무)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가족 경영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최고(最古)제약기업'이라는 과거의 위상을 보여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여전히 리베이트 사건 이후 일선 병·의원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시급한 것은 리베이트 사건 이후 위축된 영업라인의 재정비다. 영업 10년차인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사건 이후 대표가 자주 교체되면 영업라인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현장에서 존재감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사내 분위기 개선도 경영진에겐 난제다. 또 다른 8년차 제약영업맨은 “현장에서 크게 무리 없이 중간 정도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거기에 만족하는 것 같다”면서 “혁신안을 들고 온 전문경영인들이 줄줄이 떠나는 걸 보니 보수적인 문화가 더욱 굳어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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