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구매력 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 추월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순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간 순위가 1계단 차이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이 상당부분 일본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4만1415 달러로 전년 3만9548달러 대비 1867달러 상승했다. 글로벌 순위로 따지면 32위 수준이다.
이는 31위인 일본의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와 근소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지난해 일본은 4만4549달러를 기록해 전년 4만2942달러 대비 1607달러가 늘어 3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계단 떨어진 순위다. 우리나라와는 3134달러 차이다.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국가별로 물가 차이, 외환, 환전 비율의 영향을 제외한 기준으로 '구매력이 같아지는 통화 교환 비율'을 의미한다. 1달러로 일본과 중국에서 물건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물가나 환율이 저렴한 중국에서 더 많은 양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는 물가, 환율 영향을 제외해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가늠할 수가 있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가 일본과 1계단 차이 수준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수준 측면에서 일본에 상당부분 가까워졌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정책 결과, 일본인의 생활수준은 우리나라 국민보다는 아직은 한수 위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고착화된 일본의 저성장 기조가 2~3%대 성장률을 이어온 우리나라를 떨쳐내기란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5~6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4년 '2015년 국내트렌드 10+1'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2016년 들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일본 경제의 추가적인 악재도 예고된다. 올해 소비세를 8%에서 10%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가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후 기저효과에 따른 경제 후폭풍도 우려된다. 미·일 간 자동차 관세 분쟁 역시 끝난 게 아니다. 내년 이후 자동차 관세 논의가 다시 발현될 경우, 대미 수출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정성춘 KIEP 일본동아시아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2%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일본이 앞으로도 제로에 가까운 성장을 이어나갈 경우, 생활수준이 역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영향을 우리나라도 함께 받고 있으며, 내수 등 국내 경기 역시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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