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경쟁력이다]⓸로봇과 학습하는 아이들…이미 시작된 미래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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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6-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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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중 교사 1인당 학생수, 2030년 15명 수준으로 수직하락

  • ICT, VR 활성화된 교실…인공지능(AI) 로봇과 생활할 날 머지않아

  • 현 주입식 교육시스템으론 창의적 인재 길러낼 수 없어

  • “교육 패러다임이 교육에서 학습으로 전환해야”

#.2035년 서울, 등굣길 학생들 표정이 호기심과 생기로 넘쳐난다. 학교 종류가 다양하지만 각 학교에서 운영하거나 연계한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네모와 네모로 결합돼 있던 예전 학교 모습은 이제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다. 16세 주희는 올해 ‘우주의 신비와 우주의 생활’을 집중 이수한다. 수학·과학·천체물리이론이 결합된 수업이다. 최첨단 IT기술과 접목된 교수학습 기자재를 활용한다. 정규 선생님과 튜터 로봇이 한 팀을 이루고, 인근 대학 우주과학실 연구팀이 멘토로 참여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예측한 미래 교육 가상 시나리오를 재구성한 사례다. 미래 사회에서는 보다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공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인구가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인 교육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 장래인구추이를 바탕으로 전체 초·중등학생 수는 2030년까지 2018년에 비해 110만명(19.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초등학생 수는 41만명(15%), 중등학생 수는 69만명(24%)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2019~2030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2015년 기준)인 초등교사 1인당 학생 15.2명, 중등교사 1인당 학생 13.1명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표=권창우 기자]

2030년 무렵에는 한 학급이 15명 내외 학생들로 구성되면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 한 학급에 7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적용한 주입식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개별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어 최선의 성취를 이루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인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가상현실(VR) 등을 접목한 교실이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프트웨어(SW) 선도학교로 선정된 서울 이태원초등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정규교과, 방과후 학교, 동아리 활동에서 SW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코딩을 배워 ‘출석 체크 프로그램’, ‘숙제검사 프로그램’ 등 원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실제 프로그램으로 구현해낸다. 이태원초등학교는 2011년 스마트러닝 정책연구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때부터 교실에 전자칠판, 스마트패드, 무인자동 수업 동영상 카메라 등 첨단 설비가 구비됐다.
 

모의 교육감 선거하는 창덕여중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1941년에 개교한 창덕여중은 낡은 시설을 리모델링했다. 2014년 서울시교육청은 창덕여중을 ‘서울미래학교’로 선정하고 ICT기자재를 보급했다. 이어 스마트교실 구축을 위해 ‘1인1스마트디바이스’를 갖추도록 지원했다. 교사는 수업 내용을 촬영해 클라우드나 유투브에 올린다. 학생은 전자 노트에 필기를 해 필요할 때마다 저장된 필기자료를 꺼내 복습한다. 스마트기기로 교실만 바뀐 게 아니다. 자유학기제 운영으로 학생들은 토론식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달라진 교실 풍경은 학생이 주도해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 학교들도 정보화 기자재 구축에 발 벗고 나섰다. 세종시교육청은 학급이 늘어나는 지역 6개교에 4억3000만원을 투입해 유무선 전산망, 전자칠판, 전자교탁, 태블릿 등을 설치한다. 충북 진천군 역시 올해 관내 9개 초등학교에 전자칠판, 학생용 스마트패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스마트교실을 구축한다. 사물인터넷(IOT) 연동으로 양방향 수업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사진=칸 아카데미 홈페이지]

기술 발달은 폐교 위기에 놓인 농어촌 학교 대안이 되기도 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대구 하빈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명 수준으로 교육 환경이 열악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칸 아카데미를 도입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칸 아카데미는 살만 칸이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이다. 태블릿과 인터넷만 있으면 사용이 가능하다. 태블릿을 이용하면서 하빈초 학생들과 교사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오간다. 학생 개개인 약점이 데이터로 누적되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교육도 가능하다. 하빈초 학생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학업성취도가 높아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실 변화의 바람은 해외에서 먼저 불었다. 싱가포르 교육부는 미래21세기 역량과 관련해 온라인 학습 포털인 ‘싱가포르 학생학습 공간’(Singapore Student Learning Space, 이하 SLS)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SLS는 비디오, 에니메이션, 시뮬레이션, 게임, 퀴즈 등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 스스로 학습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추상적인 개념을 ICT를 활용해 시각화해 제공한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개인 맞춤식 학습이 가능하며, 관심 있는 분야를 스스로 찾아서 공부할 수 있다. 교사 역시 국가 교육과정에 맞춰 제공된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

발달심리학의 권위자인 로베르타 골린코프 미 델라웨어대 교수는 그의 저서 ‘최고의 교육’(예담아카이브, 2016)에서 미래 인재의 자질로 콘텐츠(Contencts), 협력(Collaboration), 의사소통(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창의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자신감(Confidence)를 꼽았다. 국내 교육학자들도 6C를 충족하는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낸다.

학교가 지금까지 ‘교육’이라는 행했던 일들은 역사에서 인류가 축적한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었다. 지식의 반감기가 점차 짧아지는 속도의 시대에는 지식전달을 넘어서는 교육모델이 필요하다.

김영식 전 한국국제대 총장은 “교육주의에서 스스로 배워야 하는 학습주의로 교육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며 “과거 산업시대에는 획일적이고 대량화된 지식 유통이 유용했지만 미래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지식만이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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