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적수(붉은 수돗물) 사태에서 인천시민은 시 상수도행정과 위기 대처능력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생생하게 목도했다.
시민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시는 ‘정부원인조사반’ 구성·운영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자체적인 해결 능력이 없는 지방정부임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그동안 상수도사업본부장 자리는 퇴직을 앞둔 전문성 없는 인사가 잠시 머물다가는 곳으로 인식돼왔던 게 증명되는 순간이다. 자연스레 수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고, 조직 및 예산 우선순위에서도 밀리다 보니 애초 제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박남춘 시장과 시는 사고원인 분석은 물론이고 주민피해 조사에도 만전을 기해야한다. 지난 5월 30일 상수도사업본부가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정기점검을 목적으로 단수지역 없이 안정적인 수돗물을 공급코자 수계전환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적수가 발생해 주민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6월 7일까지 조사된 피해민원이 1만 건을 넘은데다 피부질환 신고도 100여 건이 접수됐다. 주민피해를 키운 데는 상수도사업본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안일한 상황대처 등을 꼽고 있다. 행정부시장의 6월 4일자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듯이 각종 대응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적수의 원인을 찾지 못해 주민피해 대응도 부적절했다. 공촌정수장의 수돗물 공급을 남동·수산정수장으로 대체(수계전환)하고 공급권역을 조정하면서 “예상치 못한” 적수가 발생했는데, 서구 주민에 대한 피해 대응에 비해 영종 주민은 제때 시와 구로부터 사고처리를 받을 수 없어 분통을 터트렸다.
공급권역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는 한창 적수가 나오는데도 수질분석 결과가 “적합”하다고 발표한 건 시민 불신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관건이다.
박남춘 시장은 건강한 수돗물 공급 정책을 천명하고, 상수도행정의 쇄신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유엔은 지난 2010년에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선언했다. 이미 일부 지방정부는 제3세대 수돗물 공급 방향인 ‘건강한 수돗물 공급’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한데 인천시의 상수도행정은 이번 적수 사태에서 보듯 예견된 시한폭탄이 터졌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수도사업본부장의 인사문제를 꼭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는다. 이어 노후 관로 교체,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 등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을 시급히 수립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상수도사업특별회계 확충 및 국비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시민적 토론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각종 사고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는 정부원인조사반의 조사가 끝나면 수계전환 시 유의사항, 비상연계망 사용 시 사전점검사항, 주민대처사항, 피해배상사례 등이 담긴 백서를 발간·배포할 계획이다. 가장 기본적인 대응매뉴얼이 아직 없었다는데 아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우리 실정에 맞는 대응체계를 구축할 때다. 이에 박 시장은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상수도혁신 기구를 구성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 관리 조직 및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인천경실련은 피해 주민조직과 연대해 현 사태를 모니터링 하는 한편 개선대책을 촉구할 것이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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