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택배기사가 되기 위해 차량과 자격증 등을 모두 갖추고도 통상 1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대기표를 뽑고 자리가 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단 얘기다. 그런데 이들이 정말 억대 연봉자일까. 차근차근 살펴봤다.
우선 알아둘 사항이 있다. 흔히들 ‘쿠팡맨’처럼 택배기사를 해당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으로 여기지만, 실제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란 점이다.
택배기사는 각 지역을 담당하는 대리점과 ‘집배송위탁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구역을 배분 받아 택배를 한다. 대리점은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사와 택배기사 사이에서 각각 계약을 맺는다. 결국 택배건당이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게 수익이 된단 얘기다.
또한 택배물동량을 공급으로 가정한다면, 택배물동량 증가는 택배기사의 수입 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택배물동량은 2014년 16억2325만 박스에서 2016년 20억만 박스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25억4278만 박스를 기록했다. 5년 만에 55% 이상 증가한 셈이다.
통계자료만 보면 확실히 택배기사의 수익은 과거보다 나아졌다. 이제 실제 이들이 연간 고수익을 벌 수 있는 구조인지 주유비와 식비, 보험비 등을 빼고 단순하게 따져 보자.
택배 배송 주문에선 크게 4가지로 수익을 나눠야 한다. 집화, 배송, 대리점, 택배사 등 수수료다. 이 중 택배기사의 수입은 고객(판매자)으로부터 배송할 물건을 모아 터미널로 보내는 집화와 터미널에서 받은 물건을 고객(주문자)에게 전달할 때 발생하는 배송 수수료다.
배송 수수료는 물건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개당 600~800원 수준이다. 집화는 물량에 따라 배송료의 10~30% 수준. 배송료가 2500원 이상 돼야 건당 수수료가 400원 정도 된다. 2500원짜리 배송에서 집화와 배송을 모두 수행한 택배기사는 1200원의 수익을, 집화만은 400원, 배송만은 600원의 수익을 얻는 셈이다.
예컨대 2500원짜리 배송 1건당 1200원의 수익을 얻는 택배기사가 있다면, 연봉 1억이 되기 위해선 한 달 동안 7000개 가량 물품을 집화하고 배송 해야 한다. 하루에 230개 이상 집하와 배송을 동시에 하려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운동화 밑창이 닳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노하우가 있어야 하며 시장 상황이 뒷받침 돼야 한다. 우선 집화와 배송 수수료 간 비중을 조절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예는 현실적으로 없다고 봐야 한다. 연간 1억 가까이 버는 택배기사가 있다면, 집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화 수수료는 배송에 비해 낮지만, 택배기사가 직접 발품을 팔아 편집샵과 온라인 쇼핑몰 등을 거래처로 확보하면 대량의 물건을 떼올 수 있다. 결국 영업을 잘하는 택배기사가 많은 돈을 번다는 얘기다.
택배 단가 감소는 택배기사들이 더 많은 물품을 날라야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2년 2506원하던 국내 택배시장 평균단가는 지난해 2229원까지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집하 물량을 확보해도 건당 250원이하로 받게 돼 전체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열심히 뛰는 만큼 버는 곳이다. 하지만 쉽게 많은 돈을 버는 곳은 아니다”라면서 “택배 단가 개선은 택배기사의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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