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유럽연합(EU)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분쟁을 언급하며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강하게 압박한 측면도 있다.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움직임에 노동계는 협약의 근본 취지를 약화시켰다고 반발했고, 경영계는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고용노동부는 30일 노동자 결사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 개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에 의견수렴을 거쳐 법안을 확정, 오는 9월 열릴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실업 상태이거나 해고 당한 노동자는 기업별 노조에 조합원 가입이 금지돼 있다.
다만 이들이 노조 활동을 하며 기업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장 출입, 시설 사용 등은 노사 합의를 하거나 사칙을 두기로 했다.
공무원노조법과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퇴직 공무원과 교원, 소방 공무원, 대학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급 이상 공무원도 노조 가입이 가능해졌다. 직무에 따라 지휘·감독이나 총괄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의 가입은 제한한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따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사업장 내 생산 시설과 주요 업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것이 금지된다.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 지급을 금지한 규정도 삭제된다. 노조 전임자의 과도한 급여 등 사용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급여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넘지 않도록 했다.
고용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에 돌입하게 된 이유로 최근 FTA에서 노동권 보장 문제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고 있다며 한-EU FTA의 분쟁 해결 절차 최종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우리나라가 수출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EU와의 분쟁이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는데다 EU와의 FTA 관련 잠재적 분쟁 원인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급하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30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22일 외교부에 미비준 3개 협약에 대한 비준 의뢰 등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 추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정 세부안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 커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전문가들이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적 절차에 돌입한 이유다.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발표에 노사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노동계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더라도 이들의 사업장 출입 등을 제한한 것은 조합원 차별로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 요구에 따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사업장 점거를 제한한 것 또한 ILO 핵심협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가 요구한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폐지 등이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은 점도 반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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