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도 정부의 엄격한 주민 통제령에도 카슈미르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면서 자칫 유혈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주요 외신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키스탄, 인도와 사실상 단교..공세 수위 높여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연일 인도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카슈미르 사태에 세계가 나서지 않는 것은 히틀러를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인도 정부를 독일 나치에 비교하면서 카슈미르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한 것이다.
잠무-카슈미르는 인도가 점령하고 있지만 주민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인도는 잠무-카슈미르의 특수성을 감안해 지금까지 폭넓은 자치를 허용하는 헌법상 특혜를 인정해왔다. 그러나 지난 5일 연방의회에서 대통령령을 통해 이 특혜를 박탈하기로 했다. 직접 통치하겠다는 것이다. 카슈미르가 인도에 통합되지 못하고 경제와 치안이 악화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은 인도가 카슈미르 무슬림을 탄압하기 위해 자치권을 박탈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칸 총리는 11일에도 "인종 청소를 통해 카슈미르 인구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라며 이런 주장을 이어갔다.
지난주 칸 총리는 인도의 조치에 항의해 인도와 양자 무역을 중단하고 자국 주재 인도 대사를 추방하는 등 사실상 단교에 나섰다. 또 이 안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로 하고 인도에 비난 수위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는 모습이다. 파키스탄은 전날 중국의 전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러나 잠무-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다시 부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8일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카슈미르에 특혜를 부여한) 결과는 테러, 분리주의, 족벌주의, 거대한 부패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파키스탄이 일부 카슈미르인을 상대로 반(反)인도 정서를 부추기며 '무기'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이번 조치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카슈미르 지역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모든 주민에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슈미르 주민 통제령 8일째..곳곳서 시위도
국제사회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양국은 전면전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잠무-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자폭 테러 후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한 인도가 파키스탄 LoC를 넘어 공습을 벌이고, 파키스탄이 인도 공군기 2대를 격추하면서다. 국제사회의 자제 요청으로 간신히 잦아든 갈등은 지난주 잠무-카슈미르 자치권 박탈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주 카슈미르 분쟁에서 양국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했다. 일단 파키스탄 정부는 군사 행동은 옵션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외교 소식통은 파키스탄 정부가 잠무-카슈미르 내 상황이 악화되고 결국엔 폭력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인도 정부는 잠무-카슈미르 내 소요사태를 우려해 공공장소 모임과 시위를 금지하고 통신망을 폐쇄하는 등 계엄령에 가까운 주민 통제령을 내린 상태다. 무장한 인도 예비군이 순찰을 돌고 있으며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불통인 상황은 5일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잠무-카슈미르 주요 정치인과 지도자 수천 명이 가택 연금 중이다.
다만 지난 9일에는 이슬람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앞두고 공공장소 모임을 일부 허용하고 공중전화 300개 통신을 복원하고 은행 업무를 재개하는 등 통제 수위를 다소 낮췄다.
인도 정부는 잠무-카슈미르 내 주민 통제가 확실히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주말 곳곳에선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저녁에는 자치권 박탈에 항의하는 1만 명 이상의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인도 경찰이 최루탄을 쏘았다고 BBC는 전했다. 또 잠무-카슈미르 주도인 스리나가르에서 주민 수천 명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이와 별도로 공원으로 보이는 곳에서 주민들이 인도 정부를 비난하는 연설에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모습도 BBC 영상에서 확인됐다.
자칫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현지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카슈미르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분리주의자의 반란으로 5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 정부의 조치에 반발해 이슬람 무장단체가 테러를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인도 해군은 해외 테러 조직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경비를 강화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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