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가 절차를 진행했으나 흥행 부진을 겪은 끝에 모든 후보자가 고배를 마셨으며, 하반기에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금산분리 원칙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산업자본은 최대 34%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이마저도 10% 미만으로 제한되던 것에서 완화된 수준이다. 이 탓에 산업자본은 막대한 자본을 보유하더라도 다른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하지 못하면 자본 확충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없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국내와 달리 핀테크를 활용한, 지점 없는 은행의 형태보다는 산업계열사와의 제휴를 통해 영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금산융합 형태가 대다수다. 처음부터 금산융합 형태로 출발했기에 각 인터넷전문은행마다 사업모델이 상이하고 뚜렷한 영업 특색을 보인다.
예컨대 라쿠텐은행은 그룹 내 온라인 쇼핑몰, 신용카드사, 증권사와 연계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세븐은행과 이온은행은 각각 계열사 편의점과 쇼핑몰에 ATM을 설치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재팬네트은행 역시 온라인 쇼핑몰, 경매, 경마, 복권 등과 연계된 소액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자산은 총 21조원으로 은행권 전체로 보면 2%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존 은행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은행 도쿄사무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6년(2011~2017년) 동안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2.2배), 당기순이익(2.3배), 직원 수(1.9배)는 기존 은행보다 큰 폭으로 성장했다. 생산성도 지난해 3월 말 기준 직원 1인당 순이익 1290만엔을 기록해 기존 은행(1010만엔)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벌 사금고화 등 일부 우려를 이해하나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금산분리 규제를 고집한다면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도 산업계열사와 합작한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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