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칠레 등과 맺은 15개 협정을 대상으로 집계한 작년까지의 농림수산물 수입누적 활용률은 90.40%였지만, 수출누적 활용률은 57.50%에 불과했다. 활용률은 FTA 협정관세를 적용받아 협정 상대국으로부터 낮은 관세로 상품을 수출‧입한 정도를 의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만 봐도 수출‧입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농식품 전체 수입액은 352억7000만 달러(약 42조원)였던 반면, 수출액은 66억1000만 달러(약 7조8800억원)에 불과했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 위치한 논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연합뉴스]
외국산 농식품이 밀려 들어오면서 국내 식량자급률 또한 줄었다. 올해 6월 발간된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곡물 자급률은 24.0% 수준이다.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각각 0.9%, 0.8%에 불과하고, 한때 절반 이상의 자급률을 자랑했던 보리도 24.0%로 떨어졌다.
국산 농식품이 덜 팔리다 보니 국내 농어촌 현실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 도시근로자가구 대비 농가소득 비율은 65.5%다. 이마저도 농업외소득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농업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30.7%에 불과했다. 고령화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져 65세 이상의 고령농 비율은 44.7%까지 증가했다.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14.3%인 것과 비교하면 농촌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무너져 가는 농촌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사용처에 제약이 많은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순 소득 보전이 아닌, 농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단위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한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 센터장은 “FTA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가장 많이 열린 시장이 농업 쪽이다. 국내 농촌이 발전하고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작물 생산을 통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 예산만 지원했는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방향으로 지원을 늘리고,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많아져 국내 생산량을 늘리고, 농촌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고령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연합뉴스]
기금은 단순히 농어촌 자녀를 위한 장학금 사업 등 일회성 사업에만 사용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회적 농업기반의 복지농촌 조성사업’을 포함해 ‘위기가정 지원 반딧불 희망 프로젝트’, ‘도·농 간 학교 과학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아톰공학교실’, ‘농어촌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 등 도시와 같은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중장기적 지원사업에 집중한다. 또한, ‘시니어 일자리 창출사업’, ‘스틱김자반 제조 및 판매를 통한 노인일자리 창출사업’ 등 고령화된 농촌의 노인 일자리를 위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선진국에서는 농식품분야에 첨단기술을 결합한 '어그테크(Agtech)'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농어업을 별개의 산업이 아닌 신사업영역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해 농업의 스마트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주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센터장은 “기금은 보조금 사업의 틀을 뛰어넘어 농촌 공동체나 농민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단순히 농가소득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주민 조직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생태계에 필요한 마을 가꾸기와 주민복지 향상 등에 쓰일 수 있다. (상생기금이 제대로 조성되면) 농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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