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초가을, 가방 하나 가지고 한국에 온 그녀는 “차도 없고 TV도 없고, 가구라고 할 만한 것도 냉장고 외엔 없이 살고 있다”며 거기에서 오는 편안함을 이야기했다. 좋은 집에서, 좋은 물건들을 가지고 살면서도 만족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 물건들이 마치 나인 양 ‘난 이런 사람이야’라고 내세울 때의 그 마음 헛헛함 또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아무 것도 갖지 않고 아무도 아니어도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불러주는 이름, 사회적 역할, 내가 가진 것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없다고 해도 스스로를 괜찮다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라며 “그럴 때 ‘오케이’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갖고 있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고 전했다.
자신이 평소 지닌 생각을 차분히 말하고, 참가자들의 질문을 유심히 들으며 눈을 맞춰가며 마음을 다해 대답하고, 강연이 끝난 뒤 한 사람 한 사람 사인과 함께 사진 촬영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고민을 듣고 답하는 모습에서도 그녀는 위대한 일을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 순간 순간의 일들을 즐겁게, 그리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그는 특히 “우리 각자는 언제나, 무조건 ‘내 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더불어 “사랑이 아닌 것은 자기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배우 문숙은 영화 <삼포 가는 길>의 백화를 연기하며, 그 영화의 감독이었던 이만희 감독과 결혼했지만 22살 어린 나이에 사별했다. 그 뒤 40년 가까이 뉴욕, 로스앤젤레스, 산타페, 마우이 섬 등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화가로 살았으며 요가와 명상을 수련하고 마우이에서 <문숙의 자연식>과 <문숙의 자연 치유>를 썼다. 60살이 넘어 한국에 돌아와 영화 <허스토리> 등에 출연하고, 요가와 명상을 가르치며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위대한 일을 없다>와 자신의 그림을 담아 만든 그림 엽서책 <위대한 사랑이 있을 뿐>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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