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헌법재판소장이 된 마르타 카르타비아의 소감이다. 카르타비아는 11일(현지시간) 동료 재판관들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소장에 선출됐다. 그의 선출이 더 주목 받는 이유는 바로 전날에도 핀란드 내각 60%가 여성으로 발표되는 등 최근 유럽 내 ‘우먼파워’가 거세기 때문이다.
올해 유럽은 ‘여인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유럽연합(EU)의 5대 핵심 보직 중 두 자리를 여성이 이끌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다. 두 사람은 60년 넘게 이어져온 EU의 남성 지배 문화의 틀을 깨고 ‘최초 여성’ 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지난달과 이달 공식 취임했다.
올해 7월부터 5년간의 임기가 시작된 제9대 유럽의회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대폭 늘었다. 전체 748명 가운데 약 40%의 비율이 여성 의원으로 채워졌다. 지난 1979년 초대 유럽의회의 여성의원 비율이 16%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큰 변화다. 이 중 스웨덴(55%)과 핀란드(54%)의 경우 여성의원 비율이 더 높았고 오스트리아, 프랑스,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몰타, 슬로베니아에서 유럽의회에 진출한 의원들의 성비는 같았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메르켈 총리는 예정대로 오는 2021년에 총리 임기를 마치면 16년간 재임하게 돼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독일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르게 된다.
공식 선출되지 않은 임시 총리긴 하지만 벨기에의 소피 윌메 총리도 벨기에 사상 첫 여성 총리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11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16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스웨덴 출신 소녀다. 툰베리는 지난해 9월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이라는 1인 시위를 하면서 ‘스타텀’에 올랐다. 그의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의 그에게 동참한 것이다. 이번에 타임이 이례적으로 청소년인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면서 그가 유럽 여성의 파워를 다시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계각층에서 유럽 여성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유럽 양성평등 문화도 주목된다. 유럽엔 일찍부터 양성평등 정책을 시행해온 국가들이 많다. 스웨덴 정부는 1974년 서구 사회 최초로 남성과 여성이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뒤이어 1995년에는 ‘엄마·아빠 할당제’를 도입했는데, 부모 각자에게 육아휴직 1개월씩을 할당하는 제도다.
핀란드는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부여했으며, 노르웨이는 2003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을 30%에서 40%로 높이는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긴 기간 이어져온 견고한 양성평등 정책으로 유럽 여성들이 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척척 수행해나가게 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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