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기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마스크를 쓰고 갔다가 '스폿라이트'를 받은 경험을 토로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확진자와 접촉했을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가운데, 이 기자는 기자회견장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는 게 내 자신과 타인의 건강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화제거리'가 됐다고 토로했다.
유럽 출신의 한 기자는 그에게 "마스크는 병자들만 쓰는 것이다. 당신 때문에 내가 불안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한 사진기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기자를 카메라로 찍었다. 미국 언론사의 한 기자는 흥미롭다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트위터에 올린다고 했다고 한다. "당신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 처음 마스크를 쓰고 온 사람"이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기자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동아시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전염병을 막기 위한 공동의 책임과 연대, 일종의 ‘에티켓’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전염병을 막는 것 이외에 대기오염을 예방하거나 추운 날씨 속 보온 효과를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경우도 흔해서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 하다.
반면 미국·유럽 등 서방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아시아 현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SCMP는 진단했다. 특히 사스 당시 많은 아시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돌아다니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된 게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마스크가 아시아계를 ‘인종화’하거나 낙인찍는 데 쓰이는 경향도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지난 1월 영국 셰필드대에선 한 중국인 유학생이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언어적·신체적 괴롭힘을 당한 바 있다.
또 서구권에서는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할 때 표정을 보여주고 눈을 마주치는 게 필수적이라 얼굴을 가리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강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 서양에서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이 차츰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허드슨 등 유명 배우들이 마스크를 쓴 셀카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크로아티아 디자이너 조란 아라고빅은 이달 초 팝아트를 그린 마스크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동서양 마스크 문화 차이.[사진=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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