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는 압수수색에 '불러주는 대로 써라' 강요까지...검찰의 '조국 수사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현 기자
입력 2020-03-26 08:5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법정에 선 증인 "안쓰려고 했는데 불러주는 대로 쓰라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이 주요 증거물을 모두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했고, 문제 될 것을 우려해 '임의제출했다'는 허위 진술서를 사실상 강제로 받아냈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9월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컴퓨터를 검찰이 압수하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의 연구실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영장을 가지고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대학 건물 전체를 샅샅이 뒤졌고 결국 영장에 없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에서 '조국'이라는 폴더를 발견했다. 그 컴퓨터는 과거 정경심 교수가 쓰던 것으로 새 컴퓨터를 지급받자 강사연구실로 옮겨 둔 것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새로 압수수색을 청구하거나 정 교수에게 임의제출을 요구해야 할 상황. 하지만 검찰은 바로 옆에 있던 김모 조교에게 '임의제출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강요했다. 김 조교는 '쓰면 안될 것 같다'고 버텼지만 '써주라'는 학교 관계자의 강압 때문에 결국 '진술서'를 쓰고 말았다.

이 같은 사실은 25일 법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판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증인에게 당시 상황을 묻기도 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문서위조 등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는 임의제출이 진행될 당시에 진술서를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말했다.

당황한 공판검사가 "진술서를 처음 작성할 때 많은 분들이 어떤 양식으로 써야할지 물어보신다. 그럴 때 안내를 드린다"라고 다급히 수습하려 했지만 김씨는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이렇게 쓰면 나중에 거짓말한 것 되면 어떻게 하냐 했더니 (검사가) '그럴 일 없다 그냥 이렇게 써라'라고 하지 않았냐"며 되받아쳤다. 

특히 김씨는 "(압수수색을 나왔던 검사가) 학교 측에 바로 반납했어야 했는데 잊고 반납하지 않은 것 맞나, '컴퓨터 두대를 임의제출했습니다'라고 쓰라고 해서 그렇게 썼다"고 못박기도 했다. 

법조계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위법수집증거물로 인정될 경우 '표창장 위조'와 관련한 검찰의 주장이 전부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표창장 위조의 증거로 내세운 대부분의 자료들이 바로 이 컴퓨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진술서를 그대로 받아쓰게 했다"는 논란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김씨의 입에서는 위법수집증거와 관련된 증언이 추가로 나왔다.
 

동양대 강사휴게실 전경. [사진=김태현 기자]


"저는 수사관님이랑 소파에 있었고 볼 수는 없었지만 (강사휴게실에서) 컴퓨터가 켜진 것처럼 색깔이 비쳐 나왔고, (방치된 컴퓨터가) 구동이 되나보다 하고 있는데 수사관님이 '어?!, 조국 폴더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국 폴더가 나왔고, 증인이 정경심의 컴퓨터인 것을 알 수 있었던 상황이 분명한가"라고 변호인이 질문하자 김씨는 "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안을 확인했는데 '형법' '민법' 이런 게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강사휴게실에 있는 컴퓨터를 정 교수 것인 줄 알면서도 '임의제출' 방식으로 가져간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방치된 정 교수의 컴퓨터에 대해 김씨가 점유자나 소유자가 아니었다는 것. 

변호인이 "강사휴게실에 있다는 이유로 교수 허락 없이 반출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김씨는 "없다"고 대답했고, "진술서를 쓸 때 차장님이 계속 개인 컴퓨터다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 자리에는 검사와 수사관이 동석하고 있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당시 임의절차와 관련해서도 "(당시 검찰이 컴퓨터가) 뻑이 나서 자료를 가져가서 봐야겠다. 가져가는 거라서 정모 차장에게 물어보니 니가 협조하라고 해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는 "행정지원 차장님이 자기가 책임자라고해서 제가 궁금해서 결재라인에 들어가는지 찾아보니 책임자는 교양학부장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씨와 행정지원 차장 두 사람 다 임의제출을 동의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취지다. 또 변호인은 “학교 비품 스티커가 부착돼 정식으로 관리되는 컴퓨터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변호인은 "검찰로부터 압수된 컴퓨터 2대에 든 정보저장매체 이미징 파일이나 전자정보매체가 아닌 컴퓨터 자체를 임의제출 형태로 압수한 이유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냐"고 묻자 "중간에 얘가 뻑이 나가 확인해줄 수가 없으니 가져가야 한다고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조국 폴더가 나왔으면 (검찰은) 이 컴퓨터가 정 교수와 관련된 컴퓨터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그 순간부터라도 형사소송법의 가장 일반적인 절차인 압수수색을 정식으로 밟든지, 정 교수에게 정식으로 동의를 얻어서 (임의제출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절차상 문제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임의제출 형태로 받았다 할지라도 이는 사실상 영장주의를 교묘히 빠져나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적어도 임의제출물이라는 형태를 빌려서 압수물을 잠탈하는 수사의 관행은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