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장 강조한 것은 '노(NO) 증세'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번 개편안을 설명하면서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가 증세 목적이 아닌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한 개편이라고 여러 차례 발언했다. 증세 방안이 포함된 만큼 국민이 체감할 부분에 대해서 오해가 될 소지를 원천 봉쇄한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 개편은 세수 중립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늘어나는 세수만큼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브리핑에서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증세를 고려한 세제 개편이 전혀 아니다"며 "양도소득세가 정착되는 추이를 봐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금융세제 개편의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세제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금융시장은 신종 상품 출현 등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복잡한 금융세제는 투자에 애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기재부 고위 관료들이 입을 모아 증세가 아니라는 취지를 강조하는 것은 세수는 변동하지 않더라도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증세가 이뤄졌다는 착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은 '세수 중립적'이라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금융투자소득을 도입하더라도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의 총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지난 10년간의 금융투자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3년 금융투자소득 전면 시행에 따라 상장주식 양도소득까지 과세를 확대할 경우 2조4000억원의 세수가 발생한다.
2022년에 금융투자소득 적용을 시작하면 500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맞춰 거래세를 0.02%포인트 인하하면 세수 5000억원이 줄어든다.
이어 2023년에는 금융투자소득 전면 시행으로 주식양도소득 과세가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나고, 다른 상품과 손익을 통산해 감소하는 2000억원을 제외하면 1조9000억원의 세수 확대 효과가 있다. 거래세는 0.08% 포인트 추가 인하해 인상분을 상쇄한다.
또한 기재부는 소액투자자의 경우 오히려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주식양도소득의 경우 연간 2000만원까지 비과세이므로, 주식 투자자의 상위 5%에게만 과세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체 주식 양도소득 금액의 85%에 해당한다.
주식으로 2000만원 미만을 번 소액투자자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증권거래세는 인하돼 세 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2000만원인 비과세 기준이 하향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2000만원 안을 제시한 것은 여론 수렴을 거쳐 조절할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기준을) 더 낮춰서 과세 대상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가 전면 폐지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임 실장은 "세수 증가분이 있다면 거래세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증권거래세는 프로그램에 의한 초단기매매를 제어하는 장치라는 측면도 있다"며 "자본시장이 발달한 홍콩, 영국, 싱가포르도 거래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단순히 세수를 위한 세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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