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프로축구 2부리그(Ligue2)에서 트루아AC 소속 공격수 석현준(29)이 병역기피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형사 고발 위기에 놓였다.
17일 병무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9년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 석현준의 이름이 올라갔다. 사유는 '허가 기간 내 미귀국'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석현준은 당초 '국외 여행' 명목으로 출국 허가를 받은 뒤 만 28세였던 지난해 4월 1일 전에 귀국해야 했지만 아직까지 프랑스에 체류 중인 상태다. 이 경우 '국외 불법 체재'로 간주됨과 동시에 병역법 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한 셈이 된다. 현행법상 병역미필자는 만 28세(연 나이 기준)가 되면 특별 사유가 없는 한 해외여행이 제한되지만, 사전에 병무청으로부터 합당한 사유를 인정받을 경우 만 30세까지도 병역 이행을 연기할 수 있다. 석현준이 소속팀에서의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이 절차를 반드시 밟았어야 했다.
더구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보름 정도 지난 3월 말 석현준은 "거의 완치됐다. 축구가 그립다"는 말과 함께 SNS에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석현준 측은 병무청 측에 체류와 관련해 어떠한 소명도 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석현준을 포함해 명단에 등재된 병역기피자 전원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일부는 이미 사법처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석현준이 병역 관련 논란에 휩싸이게 되면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과거 박주영 선수의 사례가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박주영은 올림픽 개막 전 프랑스 모나코에서 장기 체류 자격 취득으로 군 입대를 10년이나 연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병역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모나코는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다. 병역 기피의 '의도성'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선수와 에이전시 측이 병역과 관련한 각종 제도와 절차 등을 세밀하게 파악해 이를 유리하게 활용했다는 점은 적어도 '선수 관리' 차원에서는 주목할 만한 케이스다. 과거 박주영에게는 있었고, 지금 석현준에게는 없는 것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부분이다. 박주영의 케이스는 비록 그 과정 속에서 사회적 비난을 감당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불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 박주영은 이 시간적 여유를 발판 삼아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와일드 카드로 참전, 동메달을 거머쥐며 결과적으로 '완벽한 합법 면제'를 얻어냈다.
석현준은 한국 축구계의 대표적인 ‘저니맨(Journey Man)’이다. 그만큼 소속 팀이나 리그를 여러 차례 옮기는 '축구 여행자'다. 신인 시절 피지컬과 발재간을 겸비한 스트라이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2011년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프로로 데뷔했으나, 이후 좀처럼 한 팀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임대와 이적 등으로 14번이나 팀을 옮기면서 장장 10년에 달하는 세월을 해외에서만 보냈다. 여기에는 국내에 복귀해 K-리그 등에서 뛰는 것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있어 더 나은 환경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고향을 떠나 이방인으로 살며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욕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석현준은 자신의 의욕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절차는 물론 기회마저 외면했다. 선수 본인으로서도 자신의 신변에 무감각했지만, 상황이 이 정도로 악화되기까지 소속 에이전시가 선수 관리에 있어 허술했다는 지적도 피하기는 어렵다. 하다못해 박주영이라는 대표적인 케이스만 잘 살펴봤어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선수가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을 마주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병역에 유독 민감한 대한민국의 정서를 생각하면 기피, 또는 연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권장 사항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절차상의 방치로 인해 형사 고발에 직면하는 상황 정도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만약 형사고발이 이뤄지면 석현준은 귀국과 동시에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석현준을 강제로 귀국하게 할 방법은 없다.
한편 병무청은 병역 이행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 사항을 매년 연말 공개하고 있으며, 추후 공개 대상자가 병역을 이행한 경우 명단에서 삭제된다. 한때 잠시나마 국내 복귀설 등으로 K-리그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던 석현준은 귀국과 동시에 그라운드가 아닌 연병장으로 향해야 할지도 모를 난관에 봉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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