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정부는 백신 사용을 승인해 21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하며, 코로나19 감염에 86%의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시노팜은 "백신의 항체 혈청 전환율이 99%, 중증 감염 예방에 100%의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백신은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 70%보다 높다는 게 당국의 평가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과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은 단백질을 생산하는 설계도인 mRNA 기술을 활용했다. 백신이 인체에 들어가서 바이러스 대신 항원으로 작용, 인체의 항체 만들기를 자극해서 면역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첨단바이오 신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것이다.
영국과 미국 보건당국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보고, 유럽연합(EU)의 의약품 규제기관인 유럽의약품청(EMA)도 예상 일정을 앞당겨 곧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성탄절을 앞두고 유럽 전역에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들은 서방 부국(富國)을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4%에 불과한 부유한 5개 국가(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가 생산량의 53%에 해당하는 51억1000만개 도스를 사들였다. 특히, 캐나다 구매량은 인구 수를 초과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통 기술로 개발된 중국산 백신은 저렴한 가격과 엄격한 콜드체인의 운송과 보관 부담이 적어, 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한 빈국(貧國)에는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다. 중국 매체들은 시노팜이 브라질, 멕시코, 아프리카를 포함해 100여개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주문 받았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빈국이나 개발도상국에 중국산 백신이 공공재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중국산 백신은 저개발국이나 제3세계에 공급될 공산이 커졌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차관 공여 형식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그들의 환심을 사서 중국의 우호국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를 보내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신 실크로드 길목에는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개도국과 빈국들이 많다. 중국의 백신 외교를 미국이나 서방이 막을 길이 없다. 중국은 백신이 개발되면 엄청난 복제 생산 능력을 가진 나라다. 그리고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도 세계 곳곳에 깔려 있다.
고급형 백신을 당장 확보하지 못한 한국은 중국산 백신이라도 맞아야 할까? 우리 보건 당국도 지난 9월 중국산 백신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달 초 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산 백신은 제외했다. 가격과 안전성 검증 등의 문제가 이유였다.
실제로 국민정서상 중국산 백신을 맞겠다고 나설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은 안전성이 최우선인데, 중국은 백신을 생산하는 과정의 투명성이나 과학적 기술 수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백신은 고도의 과학적 성과물이다. 한국은 상당한 수준의 제약 바이오 기술과 기업들을 보유한 나라다.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민족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맞고 안 맞고를 결정한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산 백신이 위험하지도 않고 항체가 잘 생기면 맞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중국의 커싱바이오(科兴生物)에서 개발한 백신의 효과가 97%에 달하며, 싱가포르와 홍콩이 구매 계약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우리가 급하면 맞아도 되는 것 아닌가? 어찌됐든 최상의 시나리오는 한국산 백신을 맞는 것이다. 한국산 백신의 조속한 개발을 기원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