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상반기에도 하락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 환율이 104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다만 환율이 올해 중 반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8원 내린 1086.3원에 마감하며 한 해 거래를 마쳤다.
기말 종가 기준으로 보면 환율은 1년간 70.1원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 환율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을 받은 지난 3월 중순 원화값이 급격히 하락하며 환율은 1300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환율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로 안정세를 찾았고, 하향 곡선을 그리다 10월 이후 주요국의 '돈 풀기' 정책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원화 강세 기조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1040원까지 저점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과 정원일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환율 밴드를 각각 1040~1180원, 1040~1145원으로 제시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50~1160원 내에서 환율이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환율이 10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지지선을 1080원으로 비교적 높게 제시했는데,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원화 강세를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달러 공급을 예고한 점은 달러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위안화가 강세를 띠고 있는 점 역시 원화 강세 요인이다. 삼성선물에 따르면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원·달러 환율과 상관성이 가장 높은 지표는 위안화, EMBI 스프레드, 달러인덱스 순이었다.
그러나 원화 강세 기조는 올해 중 꺾여 약세로 전환(환율 반등)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황세운 연구위원과 정원일 연구원은 오는 2분기, 전승지 연구원은 3분기에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아민 연구원은 3분기에 환율이 저점을 찍고 4분기에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분기에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환율이 상승 전환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것은 원화 가치가 고점에 다다랐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경원 연구원은 "최근 원화는 아시아 통화를 이끌 정도로 '나홀로 강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권아민 연구원은 "달러화는 지난해 6월 이후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며 "이는 2014년 초, 2017년 말 이후 세번째"라고 전했다. 달러 가치가 다시 오르고, 이 영향으로 원화가 약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내 중소 수출기업의 숨통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은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어서 기업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해외 생산이 없는 중소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환율이 두달도 안돼 1150원 선에서 1100원 선 아래로 떨어지자 수출 중기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배경이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들어 환율은 대체로 1050~1200원의 박스권에서 등락해 왔다. 환율이 하락하든 상승하든 큰 변동성을 보이면 금융시장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환율 변동성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은 어떻게든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2020년에는 연중 고점(3월 19일 1285.7원)과 저점(12월 4일 1082.1원) 차이가 203.6원에 달할 만큼 변동폭이 컸다. 2009년(417.3원) 이후 연간 변동폭이 200원을 넘어선 건 2020년이 처음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환율 변동성이 지난해보다는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완화하는 등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극단으로 치달았던 미·중 간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역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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