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는 재판 첫 변론에서 "넷플릭스가 '망 중립성'의 원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인터넷의 기본 원칙'에 대해 "이는 2009년 미국의 한 학자가 출간한 책에서 나온 내용으로, 초기 인터넷 시장에 적용 가능한 논리"라며 "망 이용 대가에는 접속료와 전송료가 기본적으로 포함된다"고 말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접속료는 지급하되 전송료는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 원칙으로,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나 법원이 전송료 지급을 강제한 경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글로벌 CP에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부과한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10일부터 시행 중이다. 개정안은 전년도 말 3개월간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데이터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적용된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이 해당한다. 망 사용료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지만, 이들은 서비스 안정성 확보 및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를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이 소송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에서도 ISP는 CP로부터 정상적인 이용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나았다. SK브로드밴드는 관련 내용을 2차 변론 때 제출할 예정이다.
2차 변론은 오는 15일 진행된다. 양측은 망 중립성의 원칙과 사용료에 대해 세밀하게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소송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만큼 어떠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의 판결과 정부 및 국회의 결정이 늘 같은 방향은 아니었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는 지난해 2월 1심 법원에서 '불법 콜택시' 논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국회에서는 이른바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행위 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개정된 법률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제기한 항소심 등에 타다금지법이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라는 게 일부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넷플릭스가 소송을 제기했을 당시 법률에서는 '채무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 이들은 CP의 행위가 이용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줬는지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개정안의 소급 적용 여부를 떠나 CP에 망 품질 유지 의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부당이득과 관련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쩌면 넷플릭스가 중간에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넷플릭스도 불리하다고 느껴지면, 협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며 "앞으로 변론이 몇 차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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