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 넘는 경제 성장을 이뤘다.
미국 경제의 퇴보와 맞물려 세계 1위 경제 대국을 향한 잰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미·중 모두와 이해관계가 얽힌 한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국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01조5985억 위안(약 1경7296조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 해 GDP가 100조 위안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의 성장률은 문화대혁명 직후인 197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달성해 눈길을 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경제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해 1분기 -6.8%로 최악의 국면에 처했던 중국 경제는 2분기 3.2%, 3분기 4.9%, 4분기 6.5% 등으로 브이(V)자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는 8%대 성장이 유력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8.2%로 전망했고,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8.4%로 예측했다.
수출 증가와 소비 회복이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중국의 화물 수출입액은 32조1557억 위안으로 1.9% 증가했다. 수출은 17조9326억 위안으로 4.0% 증가했는데 기존 기계·전자제품과 함께 의료·방역 물품 수출도 크게 늘었다.
반면 수입은 14조2231억 위안으로 0.7% 감소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39조1981억 위안으로 3.9% 줄었지만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4분기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해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산업생산은 2.8% 증가해 생산력이 정상 궤도에 진입했고, 고정자산투자도 51조8907억 위안으로 2.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닝지저(寧吉喆) 국가통계국장은 "지난해 국민 경제와 취업, 민생 등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과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 경제 회복의 기반이 견고하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계기로 美 추격 가속화
IMF는 지난해 미국 경제가 -4.3%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의 GDP 규모는 최초로 미국의 70%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등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2028년 중국의 GDP 총량이 미국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초래된 변화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교수는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중국은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그 낙폭도 크다"며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넘어선다면 정치·군사적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미·중 간 경쟁적 국면이 이어진다면 (미국을 추월할 정도로 신장된) 중국 국력의 요처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대중 견제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또 수년째 지리한 협상만 반복해 온 중·EU 투자협정도 최근 최종 타결됐다.
어떤 국가든 세계 1위를 향해 가는 중국의 경제력과 14억 인구의 광활한 시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방증이다.
안보적으로는 미국에,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자 교수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한 편에 서는 건 리스크가 매우 크다"며 "어느 쪽에도 미운털이 박혀서는 안 되며 오히려 미·중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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