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금융당국 수장이 중국 경제를 국가 독점 자본주의로 규정한 외부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높은 기여도에도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룬 자신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궈수칭(郭樹淸)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 겸 인민은행 당서기는 전날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금융포럼' 기조 연설을 통해 "중국은 국가 독점 자본주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궈 주석은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가 평균 30%에 달하는 데도 국제 사회에는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20여 년 전에는 중국은 시장경제가 아니며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다가 최근에는 국가 독점 자본주의라고 비난한다"며 "중국은 강력한 국유경제 부문이 있고 국가 산업 정책이 시장 관계를 왜곡한다는 건데 이는 아주 큰 오해"라고 덧붙였다.
궈 주석은 "중국의 민영경제는 전체 경제의 60%를 차지한다"며 "국가 독점과 국유기업 보호가 존재한다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국유기업의 세금 부담은 평균적으로 민영기업의 2배이며 더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도 지고 있다"며 "사유·외자기업이 장기간 고속 성장을 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세제 혜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금융 시스템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궈 주석은 "은행과 국유기업은 재무적으로 완전히 독립돼 있다"며 "중국의 은행 체계를 세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데 만약 장기간 기업에 보조를 제공해 왔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은행 주주들도 다원화돼 국유 지분율이 높더라고 국유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궈 주석은 "중국 제품의 경쟁력 제고는 결코 노동 권익의 침해를 통해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지난 10년간 중국 근로자의 소득은 급증했고 그중 농민공 소득 수준은 2배 가까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파업과 시위가 노사 간 분쟁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며 "상호 협상과 다방면의 감독·관리를 통해 상호 이익과 공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서구식 노사 관계를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3%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 사례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01조5985억 위안(약 1경7296조원)으로 미국과의 격차가 더 좁혀졌다. 경제적 자신감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궈 주석은 "지난해 이후 선진국들이 초대형 통화·재정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심각해졌다"며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이 우려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각국과 함께 거시경제 정책 측면의 협력을 강화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할 각종 부정적 영향에 적극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궈 주석은 포럼 개최지인 홍콩에 대해서는 "국내 순환과 국제 순환의 독특한 교집합으로 중국 경제의 쌍순환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 내 반중 감정을 의식한 언급으로 선전과의 공존 가능성과 위안화 국제화 중심지로서의 위상 등도 강조했다.
다만 그는 "홍콩보안법으로 반중 세력과 분열 분자에게 타격을 줬다"며 법 시행의 정당성을 주장한 뒤 "홍콩은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 더욱 번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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