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을 내준 신민준(22) 9단이 2·3국에서 커제(중국) 9단을 상대로 승리하며 메이저 세계대회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신명 나는 역전 한판승이다.
4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기원에서 온라인 대국 방식으로 제25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총규모 13억원) 결승 3번기 최종 3국이 열렸다.
3국 결과 신민준이 커제를 상대로 302수 만에 백 3집반승을 거두었다. 결승 전적 3국 2승 1패로 중국 최강이라 불리는 커제를 누르고 우승했다. 메이저 세계대회 첫 승이다. 우승 상금은 3억원.
지난 1일 열린 결승 1국은 커제가 신민준을 상대로 18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초·중반 팽팽했던 1국은 중앙 부분의 공격에서 신민준이 커제를 응징하지 못하면서 주도권을 뺏겼다. 이후부터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한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뒤집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3일 2국에서 신민준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는 커제를 상대로 19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1국의 패배를 설욕했다.
신민준은 초반부터 두텁게 국면을 짰다. 중반 이후 중앙 흑 대마를 공격하면서 이득을 취해 집으로 앞서갔다. 우상변 잇는 수(백166)로 패맛을 노리며 승기를 잡아 커제의 항서를 받아냈다.
지난 1국에서 벌어졌던 상대 전적을 3승 5패로 좁혔다. 당시 신민준은 "컨디션이 좋다. 커제를 이기고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결승 3국으로 이어졌다. 시작부터 흑 돌을 쥔 커제는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기세가 오른 신민준이 초반부터 백 돌을 쥐고 커제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AI가 흑색을 밀어냈다. 결국 190수 이후에 커제는 살길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신민준은 침착했다. 커제의 앞길을 하나하나 막아섰다.
204수가 지났다. 커제가 악수를 두어서 속여야지만, 이길 수 있는 상황에 봉착했다. 벼랑 끝에 몰린 커제는 연신 머리를 쥐어뜯고, 물을 마셨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었다. 커제는 끝까지 버텼다. '쉽게 돌을 던지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신민준이 정확한 곳에 돌을 두었다. 222수다. 집 차이는 점점 늘어났다. 224수 상황에서 해설을 맡은 나현(26) 9단은 "99% 신민준이 이겼다"고 평했다.
신민준이 두 번 해소했다. 230수, 초읽기가 끝나가던 커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는 수가 없었다. 무의미하게 돌을 두었다. 90수를 더 두고 320수 상황.
계가가 진행됐다. 그 결과 신민준이 3집반승을 거두었다. 그가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첫 승을 거두는 장면이다. 우승한 신민준은 상금 3억원을, 준우승한 커제는 상금 1억원을 챙겼다. 국가별 승수 2위(10승)에 머물던 한국은 신민준의 우승을 더해 중국(11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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