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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한때 마이너스대까지 추락하던 ‘굴욕’적인 모습은 사라졌다. 특히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며 13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주요 산유국의 감산 효과가 동시에 나타난 결과다.
◆‘경기회복’ 낙관론에 뛴 유가··· “70달러까지 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곡선을 그린 유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60% 이상 올랐다.9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1.12달러(1.97%) 오른 57.97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세는 시간 외 거래에서도 이어졌다. 특히 브렌트유는 60달러 돌파에 이어 61달러도 넘어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요 산유국들의 적극적인 감산 참여가 유가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며 추가 상승을 점치기도 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크리스티안 말렉 석유 및 가스 연구 책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문매체인 아랍뉴스에 “유가가 최대 100달러까지 급등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위스 3대 은행인 줄리어스 베어의 노베르트 루에커 수석전략가는 단기 유가 목표를 65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연내 유가 전망치를 70달러 이상으로 내놨다.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이달 기준 2018년 10월 대비 일평균 712만5000배럴을 감산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이 유가 급등세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경기부양 등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한다는 전망과 미국 달러화 약세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9일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의 최근 6개월 간 가격 변동 추이. [사진=CNBC 홈페이지 캡처]
◆“상승속도 너무 빠르다”··· 더딘 수요 회복·증산 재개 우려도
다만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이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난 듯하다고 분석하면서도 예상보다 빠른 국제유가 상승 속도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최근 유가 랠리는 강력한 수요 회복보다는 산유국의 적극적인 감산 효과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에서다.
러시아, 사우디 등 거대 산유국들이 지금은 팬데믹 충격 해소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감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유가 급등세가 계속되면 이들이 다시 증산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아랍뉴스는 “시장의 시선은 내달 초 개최 예정인 OPEC+ 회의에 쏠릴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향후 (원유) 공급에 대한 중요한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며 “사우디의 감산 조치는 오는 4월 초에 만료돼 세계 원유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변이 바이러스 등 백신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수요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서 올해 코로나19 확산세가 크게 잦아들지 않아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세계 에너지 수요 회복이 2025년까지 연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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