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에 따라 이해충돌방지법 처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일명 ‘LH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공주택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줄줄이 발의하면서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입법과 정부발표 대책, 시민사회와 학계 의견을 종합한 정밀한 입법을 마련하겠다”며 “이해충돌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 국회법 개정안 등도 함께 총괄하겠다. 다시는 투기를 꿈꿀 수 없도록 빈틈없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금전·부동산 거래, 인허가, 지정, 등록 등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상황에 대해 미리 이를 신고하고, 직무 회피를 신청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다수의 이해충돌방지 제정법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앞서 피감기관 수천억원대 수주 의혹을 받은 박덕흠 의원과 불법 재산형성 의혹을 받고 있는 전봉민 의원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이해충돌방지법은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LH 사태가 심각해지자 민주당이 급하게 칼을 꺼내들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호응하면서 입법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LH 문제는 대단히 감수성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 중 하나가 이해충돌방지를 제도화하는 것일 수 있다. 공직자들의 이해충돌방지 입법까지 이번에 나아갈 수 있다면 투기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는 LH 방지법안이 계속해서 추가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문진석‧장경태‧이규민‧강병원 의원이 공공주택법 및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을 발의한 상태다.
문 의원은 LH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했을 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 의원도 업무상 알게 된 정보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행위에 대해 벌칙을 상향하고, 이를 통해 취득한 이익은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내용의 공공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상 4급 이상의 공무원 등에 대해서만 재산공개 의무가 있는 것을 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지방공사 등의 직원까지 넓히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강 의원은 현행 공직자윤리법 재산 등록 범위를 공공기관 전체로 확대하고, 등록의무자도 기관장·부기관장·상임이사 및 상임감사에서 일정 직급 이상의 임직원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정훈 의원은 공직자의 실수요외 토지거래를 제한하는 ‘부동산백지신탁제’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게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심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공주택 사업 관련 업무 종사자가 미공개 중요 정보의 제3자 제공 및 거래, 이를 활용한 제3자 거래 등을 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이 주요 골자다. 또 징벌적 처벌제도를 도입하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50억원 이상의 투기이익을 얻을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뒷북 법안이라는 비난과 함께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들은 소급적용 여부가 불투명하고, 형벌을 소급 적용할 경우 위헌소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규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형벌 불소급원칙에 따라 형벌을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위헌에 해당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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