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700조 시대] 코로나19 속 빚투와 영끌에 기대는 사람들

부동산·주식에 빚 내서 투자…급락할 경우 충격 더욱 커

금융소비자단체 "과열된 시장에 금융당국 적절한 대응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경기도에 사는 A(36) 씨는 지난 10일 마감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을 위해 지인에게 100여만원을 빌렸다. 신용카드 결제일이 가까워져 오면서 여윳돈이 부족했지만 공모주 청약 열기를 외면하기에는 조급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계좌에 최소 단위로 청약증거금 32만5000원을 넣었다.

올해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7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열풍을 지칭하는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은 부동산과 주식을 대상으로 한 빚투, 영끌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여기에는 전국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에 불안감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있다. 이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젊은 세대들의 부채를 늘리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올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B(39) 씨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친구들은 적든 많든 부동산 상승의 수혜를 봤다”면서 “그간 해온 예적금은 금리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이러다가 정말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월급의 대부분을 주식 시장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B 씨처럼 최근 주식 등을 비롯한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하 투자자보호재단)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대의 금융행동’ 조사 결과 응답자의 “19.0%가 코로나19 시대의 경제적 변화를 계기로 생애 최초로 금융투자를 시작하거나 재개했다”로 집계됐다. 20대 청년층은 코로나19 이후로 금융투자를 개시하거나 재개한 비율이 29.0%로 타 연령층 대비 크게 높았다.

또 투자대상이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예·적금 상품이 아닌 코로나19 관련주, 가상통화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조사대상의 58.8%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코로나19 관련주 △미국 기술주 △가상통화 △파생상품 등에 하나 이상 투자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1월 말보다 6조7000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2012년 말 500조원을 넘어선 지 8년 2개월 만에 2배로 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세자금 대출 등 주택관련 대출은 늘었지만 신용대출은 줄었다. 한국은행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증가세가 주춤한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또 설 상여금 유입과 주식 투자 관련 자금수요가 둔화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고 봤다.

하지만 이날 마감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주 청약이 역대 최대 증거금 경신한 것처럼 주식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의 청약 증거금은 59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금융소비자 단체에서 과열된 투자를 진정시키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보호재단 측은 “우리 국민은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변동성이 큰 상품에도 투자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과열 조짐을 보이는 시장을 탐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투자자가 고수익을 추구하다 적합하지 않은 고위험상품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난도 금융상품 관련 투자자보호 제도 정착을 위한 노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