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영국 첫 여성 소방관 사브리나 코헨-해턴의 목숨을 거는 사명감

15살 때 노숙자로 거리를 떠돌던 사브리나 코헨-해턴은 18살 때 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영국의 첫 여성 소방관이 됐다.

긴급상황 속에서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포기해야 할까를 늘 고민하는 소방대원 사브리나와 함께 긴박한 상황이 일상이 되어버린 20년간의 기록, 목숨을 거는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북하우스 제공/북하우스 제공/ 영국 첫 여성 소방관 사브라나 코언-해턴]

Q. 살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때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A. 15살 때, 저는 노숙자였어요. 길거리 잡지 '빅이슈'를 팔아서 소방관에 합류한 18세까지 힘들게 잠을 잤어요. 소방관이 되는 것이 특권이라는 걸 알아요. 우리는 누군가에게 최악의 날이 닥쳤을 때 사람들의 신뢰를 받고 있잖아요. 거리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안 좋은 날들을 경험했는데, 이런 경험들 때문에 소방구조대에 합류했어요. 어떻게 보면 아무도 나를 구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그 이후로 영국에서 가장 나이 많은 여성 소방관 중 한 명으로 성장했고요.

과거 노숙의 경험을 말하는 건 정말 어려웠어요. 이 경험이 지금의 내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상황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 속에 자신을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상황이 평생 가지는 않을 거예요. 오랜시간 동안 숨겨왔던 경험이라서 누군가에게 말하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용감하다는 것이 어떤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Q. 어떤 선택을 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건 뭔가요?
A. 가장 중요한 건 상황 인식인 것 같아요. 모든 결정은 자신이 생각하는 상황에 기초할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추정에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역동적으로 변하고 높은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항상 현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상황 인식 외에도 내 경험, 즉 내가 과거에 배운 것과 그것이 내가 겪고 있는 경험과 어떻게 비슷한지, 위험과 이익을 어떻게 인지하고 그들이 서로에 대해 어떻게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Q. 가장 극한의 현장은 어디였나요? 현장에서 뭘 배웠나요?
A. 우리가 출동하는 현장은 대부분 극단적이고 위험한 상황이에요. 위험을 감수하거나 극단적인 환경이 일상의 경험이 되었을 때 그 위험을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추측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가장 위험한 것일 수도 있거든요. 지금까지 출동한 최악의 현장은 대부분 극단적이고 어려운 것들이었어요. 소방관이 심하게 화상을 입은 현장에 출동한 적이 있었는데 소방차는 한 대밖에 없고 모든 것들이 불타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벨이 울리고 몇몇 대원은 이미 텔레프린터에 모여 있었어요. 그들은 내가 부츠를 신고 걸림쇠를 어깨에 거는 방법을 가르쳐줬어요.

현장에서 겪은 상황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상황 속에서 누구를 살려야 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죠. 차를 세우고 현장에 갔는데 보이는 건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비명소리뿐이었어요. 쓰러져 있는 사람의 의식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더라고요. 그 순간 자리에 주저앉아 입술을 깨물고 울었어요. 당시의 상처는 지금까지도 흉터로 남아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큰 부상과 폭발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죠. 전기적인 고장이 발생하면 제트 엔진처럼 정기적으로 폭발하거든요.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친구가 중상을 입은 경우 오랫동안 머리에서 맴돌았어요.

Q. 첫 현장 출동은 어떤 이미지로 다가왔나요?
A. 불안, 기대, 흥분이 뒤섞인 감정이었어요. 누군가를 돕고 싶었기 때문에 흥분이 많이 됐죠. 경험 부족으로 팀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걱정도 많이 됐었어요.
 

[사진= 북하우스 제공]

Q. 소방관으로 일해보니 어떻던가요?
A. 인생에서 최악의 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건 특권이에요. 그것은 나를 매우 겸허하게 느끼게 하고, 또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Q. 재난 현장에서 지휘관들은 어떤 명령들을 내리나요?
A. 많은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명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내리느냐예요.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하죠. 나의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정보에 귀기울여요. 위기 상황에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에는 제한이 있거든요. 내가 있는 현장의 반대편에 있는 다른 지휘관과의 소통을 통해 내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돼요. 효과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신뢰관계를 쌓는 게 중요해요.

Q. 화재현장이라는 공간은 당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A. 굉장히 보람 있는 곳이라고 느껴요. 방호복을 입어도 너무 뜨겁고 에너지가 소진돼요. 그리고 아무 냄새도 나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앞도 안 보여서 많이 두렵기도 해요.

Q. 신뢰 가는 리더가 되기 위해 중요한 건 뭔가요?
A.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을 판단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당신이 내린 결단이 사람들의 생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잊으면 안돼요. 그리고 매일 배울 각오가 필요하죠.

Q. 불 속으로 뛰어들 때 어떤 기분인가요?
A. 소방관이 되고 몇 년이 지나면 현장에 갔을 때 심박수와 엔도르핀이 올라가요. 현장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돼요.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위험을 이해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 북하우스 제공]

Q. 불 속에서 누구를 살리고 포기할 것인가를 어떻게 결정하세요?
A. 늘 좋은 선택은 없는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서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요. 재해는 냉엄한 현실이에요.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합리화할 수 있지만 어쩌면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적극적인 결단이 필요하죠. 무엇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가 제일 중요한데, 가장 많은 생을 구하는 것이 제게는 가장 좋은 해답이에요.

Q.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고 있나요?
A. 우리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서 행복을 찾아요. 비록 우리가 항상 성공적으로 임무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항상 온 힘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아요.

Q. 소방관으로서 언제 책임감을 느끼세요?
A. 아이들과 관련된 사건을 현장에 출동할 때, 강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껴요. 재난 대응자로서뿐만 아니라 아이 보호에 책임이 있는 어른으로서도요. 이때 중요한 건 공감대에요. 가정집에서 화재가 났는데 부모가 아기를 애타게 찾고 있던 상황에서 ‘우리 집에 저런 화재가 일어나서 아이가 못나오고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누군가를 살렸다는 걸 인지한 순간이 소방관으로서 최고의 순간이에요. 가족 같은 동료들과 일을 하다 보니까 너무 행복하고 웃으면서 일할 수 있었어요.

Q. 어떻게 하면 극단적인 상황에서 감정이나 충격에 사로잡히지 않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A. 그래서 소방관한테 훈련은 정말 중요해요. 특히 훈련의 효율과 능률은 직장 환경에 따라 달라져요. 의사결정을 하게 될 환경과 같은 조건에서 훈련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수영을 숲에서 연습하고 바다에서 헤엄치려고 하면 그 기술을 사용할 때 얼마나 힘들겠어요. 안전하고 평온하고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 연습하다가 위험성이 큰 실전에서 일하게 되면 그동안 연습한 것들이 꼭 필요할 때 잘 안될 수 있어요. 그래서 연습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거예요. 위험성이 큰 환경이 전문적으로 연습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사진= 북하우스 제공]

Q. 가정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줄이기 위해 더욱 신경 쓸 것 같아요.
A. 그래서 저는 집에서 일어나는 화재의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화재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소방관이 소방대에 전화하는 건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누구나 가정에서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제일 중요한 건 요리를 하는 동안 한눈 팔면 안돼요. 가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절반의 화재가 음식을 만들 때 발생하거든요. 그리고 콘센트에 너무 많은 걸 꽂으면 안되고, 화재(연기)경보기가 작동을 하고 있는지 잘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Q. 동료는 어떤 존재인가요? 동료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나요?
A. 소방서 같은 존재예요(웃음). 소방서는 하나의 대가족처럼 느껴지거든요. 우리는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의존하고 있어요.누구도 긴급사태에 단독으로 대처할 수 없어요. 우리가 팀으로서 가져오는 가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더한 가치보다 훨씬 커요.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밀접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트라우마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에서 동료가 있어서 많은 의지가 되고 동료가 보호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얘기하죠. 우리가 형성하는 깊은 인연은 동료 중 누군가가 어려움을 겪고 도움이 필요할 때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해요.

Q. 소방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 속 화재현장은 실제 눈으로 본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A. 헬멧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해요.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바라보는 시점을 영상으로 포착하는 것이거든요. 카메라는 모든 것을 포착하지만 눈으로는 시야의 모든 걸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걸 놓칠 수 있어요. 긴급상황에서 스트레스나 부담을 받지 않고 필요할 때 영상을 확인하면 돼요.

Q. 마지막으로 최고의 기회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도전은 최고의 기회일 수도 있어요. 어려워 보인다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실패할 것이라는 혼잣말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당신은 생각 이상으로 강하고 회복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해보세요. 실패하면 일어나서 다시 한 번 해보면 돼요.